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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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 촬영중 부상을 잎고 깁스를 한 마릴린먼로가 다리상처가 다 아물 무렵 골프치는 시늉을 하면서, 건강회복을 알리고 있다. [밴프=함영훈기자 기록사진을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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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된 밴프 스프링스 문화유산 호텔은 하이엔드의 상징인 페어몬트 모자를 썼다.[밴프=함영훈 기자] |
[헤럴드경제(캐나다 알버타주 밴프)=함영훈 기자] 캐나다 알버타주 로키산맥의 거점 밴프 다운타운의 외곽에는 중세의 성체를 닮은 밴프스프링스 호텔이 우뚝 서 있다. 고급 브랜드의 상징인 페어몬트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다.
1888년 캐나다 태평양 철도가 밴프국립공원 지역 내 밴프 다운타운 남쪽 스프레이 애비뉴 405번지에 개장했다. 호텔이 위치한 고도는 다운타운 보다 약간 높은 해발 1414m 지점으로 로키산맥 런들(Rundle)산에서 발원한 계곡을 내려다 본다. 런들산은 호텔 맞은편으로 보인다.
원래 5층짜리 목조 호텔은 브루스 프라이스가 설계했으며 280실이었다. 지금은 757개 객실이 있는 대리석 건물이다. “알프스의 몇십배 매력”이라는 초기 유럽탐험가의 전언을 들은 유럽 슈퍼리치들이 거액을 싸들고와 로키여행을 하던 130년전 베이스캠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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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 스프링스 늦겨울 풍경 |
▶돌아오지 않는 강, 마릴린 먼로 촬영중 부상
설퍼산 앞 밴프 스프링스 호텔 마당으로 들어가면 두 마리의 곰 조형물이 손님들을 반긴다. 검은색 벽돌을 중심으로, 갈색, 주황색 벽돌이 섞인 외벽을 옆에서 보면 아래로 내려올수록 넓어진다. 실내엔 굵은 기둥과 연결된 아치형 대들보도 보인다.
공사과정에서 4층을 짓던 중 설계도와 정반대로 지어진 사실이 발견돼 5층부터 건물방향을 바로 잡으면서, 균형감에 문제가 생길까봐 아래층에 두텁고 역학적으로 안정된 지지대가 필요하다가 판단해 아랫쪽을 굵게하고, 아치형 보를 추가했했다. 시공상의 실수는 오히려 고풍적 매력을 더했다.
그래서 이 호텔의 저층의 통로는 그리 여유롭지 않다. 숨은그림 찾기 미로 같아서 신비스런 면모도 있다.
천장에는 유럽 왕실에서나 볼수 있는 고품격 샹들리에가 걸려있고, 복도 벽에는 알버타주 로키의 위용을 담은 회화들, 문화유산인 이 호텔의 역사를 품은 기록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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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전 유럽귀부인들의 로키여행 |
기록사진은 ▷호텔 공사과정, ▷어느 유럽 귀부인이 강가에 앉아 호텔과 로키를 배경으로 촬영하는 모습, ▷설립자인 윌리엄 코넬리우스 반 혼(William Cornelius Van Horne)의 브로마이드 사진, ▷1903년 12인승 마차로 로키의 산책길을 여행하는 수퍼리치 패키지 일행, ▷귀부인들이 로키를 훤히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1954년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 촬영을 위해 로버트 미첨 등 출연진과 이 호텔에 머문 마릴린 먼로가 골프(1920년대 개장)를 치는 모습, ▷마릴린먼로 생애 유일하게 촬영(돌아오지 않는 강) 중 부상을 입고 깁스를 한 사진 등을 구경하게 된다.
▶세상의 지붕 아래 100년전 처럼 마차 타보기
이곳에서는 카우보이 쿡 아웃 투어 패키지 여행을 운영한다. 보우강-설퍼산 기슭 일대 로키산맥을 둘러보는 마차투어이다. 마차안에서는 즉석 로스구이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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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30년전 밴프 스프링스 주변 마차여행. 이곳은 유럽 슈퍼리치 여행의 상징이었다. |
‘로키의 성’으로 불리던 밴프스프링스 골프장의 설계자 스탠리 톰슨은 ‘세상의 지붕에서 골프를 즐기실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적혀있다.
귀부인들은 온천과 워터파크를 즐기기도 했다. 로키 마차여행에도 참여했다. 승마여행, 트레킹은 주로 남성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
저녁이 되면 부부와 연인들의 무도회장 ‘캐스케이드(밴프의 산) 볼룸’에서 달콤한 블루스,스윙댄스를 즐겼다.
무도회장은 요즘도 대낮엔 비는데, 올 겨울 빈티지한 차림의 한 남녀가 들어오더니 애정표현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한국 탐방단에 우연히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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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전 무도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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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대낮 무도회장 21세기 연인의 난입 |
식당이름 1888 ‘찹하우스’가 이 호텔의 역사를 말해준다. 대규모 회합, 회의, 행사, 팀내 정담 등을 나누는 격조높은 만남은 주로 마운트 스테펜 홀에서 이뤄졌다.
지금은 런들(밴프 주변 산) 바에서 격조높은 대화들을 나눈다. 이곳은 결혼식 하객들의 정담 장소이기도 하다. 고급 위스키 진열장 옆에는 오래된 서적 수백권이 꽃힌 긴 책장이 있는데, 독서용이 아니라 품격을 상징하는 하나의 데코레이션이다.
야외에도 투명 이글루형의 대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다른 야외공간 한켠에선 프라이빗 캠프파이어도 해준다.
▶하이밸류게스트가 사랑한 밴프
호텔측은 100년전쯤, 유럽의 0.01% 수퍼리치들만을 상대로 여행객 유치활동을 벌였고, 고객은 한번 오면 3~4개월가량 체류했다.
“쓰세요. 5만달러 바로 드릴께요.” 이곳에선 라인 오브 크레딧 창구를 두어 3~4개월짜리 체류형 손님에게 신용대출도 해주었다. 지금 5만 캐나다달러(CAD)는 현재 환율로 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1920년대 5만CAD면 현재 원화로 최소 수억원은 된다. 1920년대 밴프스프링스 골프장 ‘스탠리 톰슨 코스’의 하루 그린피는 3CAD였다. 지금은 200~350CAD이다.
수퍼리치들은 애마를 캐나다로 싣고와 승마산행하기도 했고, 호텔측 마차 패키지를 이용하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가다 버팔로가 보이면 기차를 세우고 버팔로 많이 잡기 내기를 벌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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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잘 지키고, 잘 써라. 선주민 다치게 하지 말고..” 밴프 땅에서 오래 살아왔던 선주민 리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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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전 유럽-미주 여성언론인 초청 밴프 팸투어 기념촬영 |
웰컴 리셉션을 해보면, 유럽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소문이 나있으니 거의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유럽 슈퍼리치, ‘그들만의 리그’가 캐나다 알버타에서 벌어진 것이다.
밴프 스프링스는 둥근 박공과 석조 조각 등 예술 공예적 요소도 적용했다고 한다. 천장에는 석고장식이 우아미를 더했다. 중앙 1층 라운지 앞에 르네상스 레트로 감성의 아케이드도 있다. 동물조각 장식, 스테인드 글라스 등의 예술미도 더했다.
현재 레스토랑은 12개가 운영되고, 볼링장, 잔디 테니스장 5개, 수영장, 골프장(27홀), 스파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객실마다 온천물이 공급된다.
최고의 산악인 3명이 루이스에서 ‘스타마케팅’을 했고, 수퍼리치들은 하이킹과 골프, 단골 영화 촬영장소인 보우강에서 낚시도 즐겼다. 스키장은 수퍼리치들의 요청에 의해 그들의 회원비로 만들어졌다.
올해로 137년 된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고품격의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도 1박에 평균 200만원 정도 하며, 스태프의 친절, 다양한 서비스 등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설따라 삼만리, 밴프스프링스 유령 코인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유령신부 이야기는 1920년대 후반 젊은 부부의 결혼식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혼 부부는 만인의 축하를 받으며, 서서히 화려하게 장식된 캐스케이드 볼룸으로 향했다. 신부가 계단에 오르자 양쪽에 도열한 수많은 촛불이 보석 같은 빛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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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 다운타운 민가에 내려와 쉬고 있는 엘크 |
그런데, 비극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드레스 밑단에 구두가 끼었는지, 드레스에 촛불이 닿았는지, 신부가 계단에서 갑자기 미끄러져 구르더니 피를 흘린채 쓰러졌고, 손 쓸 겨를도 없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수년 동안 하객과 호텔직원들은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혼령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일부는 신부가 무도회장에서 혼자 춤을 추는 동안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사람들은 결혼 자축 댄스를 추지 못한 신부 혼령이 이승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캐나다 당국은 ‘고스트 브라이드 코인’을 발행했다. 동전을 기울였을 때 감아져 있던 신부의 눈이 떠지도록 설계했다. 캐나다 문화관광 당국은 이 코인은 신부의 명복을 빌고, 이 스토리 마저 유산의 일부로서 간직해 그녀의 영혼이 편안해지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부의 얼굴을 담은 전설이야기는 호텔 벽 한켠에 자리한다. 여행자들은 이 신부 혼령이야기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고, 유서깊은 곳에 ‘느낌’을 더해주는 콘텐츠로 여긴다. 그리고는 조심조심, 귀족의 걸음걸이로 헤리티지 호텔 이곳저곳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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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쪽을 튼튼히 하기 위해 1층에 덧댄 아치형 보와 기둥 연결 시설 |
▶지금도 사용하는 문화유산 귀족 호텔 주변
현재 이 호텔은 11층 타워와 본관의 두 개의 핵심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1888년 처음 지어질때엔 목조였고 규모도 작았으나, 1926년 4월 큰 불이 난 이후, 1927년에 북쪽 윙, 1928년에 남쪽 윙이 완성돼 오히려 초기보다 크게 확장된 석조건물로 변신했다. 이 대리석 문화유산 호텔은 1988년 캐나다 국가사적지로 지정받았다.
밴프 스프링스 주변은 보우리버애비뉴, 런들리버애비뉴 두 도로가 북쪽으로 호텔을 연결하고, 스프레이 애비뉴가 서쪽에서 호텔로 이어진다. 보우강의 지류인 스프레이강이 호텔앞을 흐른다.
호텔에선 캐스케이드산, 노르퀘이산, 스토니스콰우산,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설퍼(Sulphur)산이 보인다. 설퍼산 정상, 전망대 맨 꼭대기층 레스토랑에서 여행객들은 근사한 식사나 음료를 즐기면서 병풍처럼 둘러친 로키의 장엄한 자태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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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폭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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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 핫스프링스 노천온천 |
호텔 북쪽에는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 ‘흐르는 강물처럼’ 등을 촬영한 보우폭포와 보우강이, 남쪽에는 9개의 유황온천이 있는 밴프 어퍼 핫스프링스 온천지대가 포진한다.
일부가 불에 타버린 초기 목조 구조는 스코틀랜드의 고택인 루아르 밸리 샤또(고택 또는 작은 성)를 모방했다. 스코틀랜드 샤또(성 또는 고택) 스타일의 특징은 가파른 경사 지붕, 뾰족한 도르머, 모서리 첨탑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