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5분간 멈췄던 심장, 다시 뛴 순간…“그저 기적이라고밖에”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35분간 심정지 상태였던 환자. 기적처럼 심장이 다시 뛰었고,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이 집도한 복부대동맥 인조혈관 치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사진은 송 원장(오른쪽)과 환자 권모 씨(가운데), 보호자(왼쪽). [이화의료원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무려 35분간 멈춘 심장. 희망이 사라져갈 때쯤 보호자의 간절한 염원과, 최선을 다한 의료진의 마음에 응답한 걸까, 멈췄던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었다.

그저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상황. 환자와 가족은 “의료진을 만난 것이 기적이었다”며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이 기적의 사연은 환자 권모 씨(남·84세)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던 지난 14일, 권 씨의 아들이 의료진에게 남긴 편지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해 12월9일 오전 10시 경기 파주시 문발동 자택에서 샤워 중이던 권 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평소 치매를 앓고 있어 권 씨의 상태를 주시하던 아들이 이를 발견하고 즉시 119에 신고했다.

구급차를 타고 평소 진료를 받던 경기 고양시 소재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권 씨는 응급조치를 통해 의식이 돌아왔지만, 혈압이 여전히 낮아 위험한 상태였다.

검사 결과 복부대동맥류의 파열로 진단됐다. 복부대동맥은 심장에서 뿜어 나온 혈액이 장기로 가는 통로로 터지면 과다출혈로 숨지거나 장기 등이 망가지는데 대동맥파열은 골든타임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로 초응급 질환이다.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은 환자를 이송받아 즉시 수술할 준비를 마쳤다.

권 씨가 구급차를 타고 서울 강서구 소재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30분경. 그러나 권 씨는 이송 도중 심장이 멈춘 상태였다.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과 의료진은 권 씨가 도착한 즉시 35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권 씨의 심장이 좀처럼 뛰지 않았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수술도 불가능했다.

대동맥 수술 중 모니터를 확인하는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이화의료원 제공]


“아버지가 오랫동안 치매를 앓았습니다. 아버지랑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지가 너무 오래됐습니다. 꼭 소생시켜 주세요”

아들 권 씨의 간절한 기도가 통한 걸까, 기적처럼 권 씨의 심장이 다시 뛰었다.

송석원 교수팀은 즉시 복부대동맥 인조혈관 치환술을 시행했다. 송 원장의 집도로 3시간 동안 이어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권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약 3주 뒤 일반병실로 이동했고, 이후 약 두 달간 대동맥혈관 재활치료를 통해 심폐기능회복 및 근력과 지구력을 강화하는 등 의료진들의 집중치료를 받았다.

마침내 권 씨는 지난 14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권 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심정지 상태에서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 도착할 당시 첫 대면부터 수술 끝까지 위로와 치료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셨던 분이 송석원 교수님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너무나도 감동했다”고 밝혔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초대 병원장을 맡고 있는 송 원장은 대동맥파열 수술 대가로, 수술 장면을 생중계할 정도로 세계 대동맥 학계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권 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일반병실로 돌아오고 난 이후, 송 교수님이 첫 회진 때 ‘아버님은 정말 기적이었습니다’라고 말씀을 주셨다”라며 “저야말로 송 교수님을 만난 것이 기적이었으며,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을 찾은 것도 기적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라이브 서저리를 진행하는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과 의료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이화의료원 제공]


송 원장은 “매일매일 초응급환자를 만나며 수술하고 치료하지만 이렇게 35분 동안 뛰지 않던 심장이 뛰어 살아난 경우는 드문 케이스로, 그저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며 “아드님의 간절한 염원 덕분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이번 일을 통해 대동맥혈관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사명감과 큰 보람을 다시금 느꼈다”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대동맥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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