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10억 공제 안돼…한도 따져야
차라리 자녀 상속 뒤 증여땐 세금 아껴
상속도 미리 준비해야 절세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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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주(가명·45)씨의 아버지는 손자 사랑이 각별했다. 유독 예주 씨의 아들을 아꼈다.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은 서울에 있는 7억원 상당의 아파트 1채와 예금 2억원이 전부. 재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를 상속인인 예주 씨나 어머니가 아닌 손자에게 주겠다고 유언장을 쓰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최근 예주 씨는 ‘상속세’를 내라는 뜻밖의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상속재산 10억원까지는 세금이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무려 1억8500만원이나 되는 상속세를 물게 된 것. ‘물려주신 재산 자체가 10억원이 안 되는데…. 설마, 상속인인 내가 아니라 우리 아들이 받아서 그런 건가?’ 상속세 고지서를 쥐어 든 예주 씨가 궁금증을 풀어줄 절세미녀를 찾아갔다.
A. 유증이란,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특정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을 말합니다. 상속은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법률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유증은 사전에 명확한 의사표시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유언장을 작성해서 손자에게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를 미리 명확히 해둬야 합니다. 만약 유증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정해진 상속인에게 재산이 이전됩니다.
예주 씨의 사례처럼,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유언장을 통해 유증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셨다면, 그 유증은 법적으로 효력이 있습니다.
A. 네, 맞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상속세를 계산할 때 상속재산에서 10억원까지 공제해 주기 때문이죠.
더 정확하게 살펴보자면, 이 10억원은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공제(5억원)를 합한 금액입니다. 먼저, 일괄공제 5억원은 기초공제 2억원과 자녀 공제(인당 5000만원)의 합계액이 5억원보다 작을 때 받을 수 있는데 통상 이 합계가 5억원을 밑돌아 ‘일괄공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피상속인에게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배우자가 상속재산을 받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5억원의 배우자공제가 적용됩니다. 이에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쳐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상속받으면 상속세를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A. 자녀를 건너뛴 상속을 할 때는 ‘상속공제 한도’를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상속공제는 상속받은 재산의 크기에 따라 계산되고 이 한도 안에서만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10억원을 다 공제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가’ 받느냐에 따라 그 한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잘 알아둬야 합니다.
특히 상속재산 일부를 자녀와 같이 선순위 상속인이 아닌 손주나 다른 사람에게 유증할 경우 잘 살펴봐야 해요. 이때는 유증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상속공제 한도가 차감됩니다.
예주 씨의 사례로 살펴볼게요. 만약 아버지가 손주가 아닌 딸인 예주 씨에게 9억원 상당의 재산을 물려줬다면, 상속공제 한도는 상속세 과세가액인 9억원으로, 전체 상속재산에 대해 공제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10억원 이하이니 상속세는 ‘0원’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선순위 상속인이 아닌 손주에게 유증을 할 경우, 이 상속재산은 한도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즉, 상속세 과세가액인 9억원에서 손주가 받은 아파트(7억원)를 제외한 2억원만 상속공제 한도액이 되는 것이죠. 9억원 중 2억원까지만 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공제에서 제외된 아파트 7억원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합니다.
A. 그럼요. 증여와 동일하게 세대를 건너뛴 상속에 대해서도 세금은 할증됩니다. 원래 내야 할 세금의 30%가 할증됩니다. 피상속인의 자녀가 아닌 손자처럼 직계비속 중 미성년자가 상속받는 경우, 상속받는 재산이 20억원을 넘으면 상속세에 무려 40% 할증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때 할증 세금은 다음과 같이 산정됩니다. 먼저, 전체 상속재산으로 계산된 상속세에서 손자가 상속받은 재산의 비율만큼의 금액을 계산합니다. 손자가 받은 재산 몫에 붙은 상속세만 떼낸 거죠. 그다음 여기에 30%를 할증해서 산출하면 됩니다. 이 방식으로 총 부담해야 할 상속세를 계산하면 1억8500만원이 나오네요.
A. 통상 사전증여는 추후 부담해야 할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하죠. 현행 상속세는 모든 상속재산을 한꺼번에 합쳐 계산(유산세 방식)하다 보니 재산이 많을수록 적용 세율도 확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찍이 나눠서 증여하면 세율이 보다 낮은 구간에서 책정되면서 전체적인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상속공제를 적용하더라도 상속세 부담이 큰 상황이라면, 사전증여를 적극 검토해 보세요.
특히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큰 자산이라면 더 유리합니다. 가치 상승분만큼의 훗날 부담할 상속세 부담을 줄인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지금 3억원짜리 부동산이 나중에 10억원으로 오르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3억원일 때 미리 증여하면 3억원 기준으로 세금을 내지만, 10억원으로 뛴 후 상속하면 10억원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죠.
A. 손주 증여가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절세 전략이 될 수 있어요. 증여세는 10년 동안 같은 증여자에게 받은 금액을 합산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증여한 지 10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추가 증여 시 세율이 높아질 수 있어요. 이럴 때 손주에게 증여하면 새로운 증여로 간주하면서 높은 세율을 피할 수 있죠.
또 상속세 합산이 걱정될 경우에도 손주 증여는 절세 대안이 될 수 있어요. 상속 역시 증여세와 마찬가지로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다시 합산되어 상속세가 계산됩니다. 그런데, 부모님 건강이 좋지 않아 10년 이내 상속이 개시될 가능성이 크다면 자녀 사전증여로 세금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죠.
이럴 때, 손주에게 증여한다면 사전증여재산 합산 기간은 5년으로 줄일 수 있어요. 상속인(자녀)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사전증여재산은 10년이 아닌 5년까지만 합산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녀에게 증여할 때 높은 세율이 부담되거나 상속세 합산이 걱정될 경우라면 손주 증여를 고려해 볼 만합니다.
A. 모든 경우에 사전증여가 필수인 건 아니에요. 특히 예주 씨 아버지처럼 재산(총 9억원)을 다 합쳐도 상속공제 금액(10억원)을 밑돌아서 상속세가 ‘0원’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사전증여는 오히려 손해일 수 있어요.
자녀(상속인)에게 그냥 상속해도 세금이 없는데, 굳이 증여세를 내면서 미리 증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사전증여는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상속세가 클 때’ 미리 대비하는 전략이랍니다.
A. 맞습니다. 일단 예주 씨가 아파트를 상속받았다면 내야 할 상속세도 ‘0원’이죠. 상속받은 아파트를 다시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자녀가 부담해야 할 증여세는 1억3500만원이 됩니다. 상속세 1억850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5000만원이나 세금을 아낄 수 있지요.
할증세율도 붙지 않는 데다 증여공제금액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직계존속(부모)으로부터 성년 자녀가 증여를 받을 경우엔 10년에 50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합니다.
A. 상속세는 상속받은 사람이 각각 자신이 받은 재산의 비율에 따라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상속세는 ‘연대납부의무’가 있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속인들이 각자가 받을 재산(자산-부채-상속세액) 범위 내에서 상속세를 함께 부담할 책임도 져야 합니다.
이에 따라, 상속인 중 한 사람이 다른 상속인의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더라도 자신이 상속받은 재산의 금액 한도 내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또 대신 낸다고 해서 증여세도 추가로 부과되지 않습니다.
[유혜림 기자 / 호지영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세무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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