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미·러 종전협상 결과, 수용 못해”

“우크라이나 배제…푸틴의 최후통첩 불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양자 협상의 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터키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러시아 특사단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을 벌인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빠진 상태에서 미국, 러시아 사이에 이뤄진 종전 협상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미국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발발 시점에 구상한 최후통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들의 협상 결과는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채 도출된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따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그들(미국, 러시아)은 우크라이나가 이 모든 것들을 따를 거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가장 최악의 순간에 우리가 그 제안을 거부하면 어쩔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교적인 방법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와 남부 지역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러시아 점령지 주민)은 우크라이나인이며, 어떠한 양보나 협상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넓은 의미에서 유럽이며, 여기에는 유럽연합(EU)과 튀르키예와 영국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세계의 운명과 관련된 대화에 미국과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종전 논의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종전 논의에 대해 “협상을 통해 전쟁을 신속히 끝내려고 하는 외교적 노력”이라고 평가하며 “(그 의도는) 튀르키예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6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데 이어 17일 튀르키예를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종전 협상에 대해 우군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참여하는 평화 협상을 중재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7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수송하는 러시아 쪽 항로를 복원하는 흑해 곡물협정 연장 합의를 끌어내는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과 모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는 가까운 미래에 열릴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간 회담의 이상적인 개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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