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추경, 20일 결론내자”
추경방식·시기 여야 이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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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이날 이들 야 5당 대표는 내란 종식과 정치·사회·권력기관 개혁 및 민생 경제 살리기 등 원탁회의 지향점을 담은 선언문을 함께 발표했다. 야권은 이번 원탁회의를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이나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 구체적 개혁 과제들에 대해서도 실무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상섭 기자 |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20일 첫발을 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안건 제한 없는’ 줄다리기를 펼칠 예정이다. 최대 쟁점은 반도체 특별법과 연금 개혁,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다.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과 대행체제에 따른 혼란으로 국정 동력 상실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이 초당적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은 반도체 특별법 및 연금개혁 문제를, 민주당은 조기 추경 편성을 각각 최우선순위로 놓고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특히 국회 다수 의석을 쥔 민주당의 추경 요구는 이번 국정협의회의 성과를 좌우할 핵심 안건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정부 당국 모두가 추경에 동감해 온 만큼 20일 국정협의회에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서 민주당이 제안한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에 담긴 ‘민생회복소비쿠폰(약 13조원)’과 관련해 “도저히 죽어도 못하겠다고 싶으면 일자리 창출과 창업지원을 위해 쓰는 게 어떠냐”며 “이 문제도 국정협의회에서 의논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국정협의회를 하루 앞둔 ‘승부수’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말 “만약 정부나 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다는 태도라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했으나, 민생회복소비쿠폰 제안으로 빛바랬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1인당 25만원, 기초수급자·차상위·한부모가족에 1인당 추가 1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자고 주장한 민생회복소비쿠폰은 이 대표가 22대 국회에서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했던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같은 성격이기 때문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라벨갈이 추경(권성동 원내대표)”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는 추경이 제일 중요하고 급하다”며 “민생회복지원금(소비쿠폰)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과의 측면에서 제일 좋다라고 생각하지만, (정부·여당이) 반대하면 고집할 생각이 없다는 건 이미 우리가 천명한 바 있고 그 약속은 당연히 정한대로 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 역시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앞서 추경 필요성을 밝혔던 최상목 대행도 국정협의회와 관련해 “민생·경제 법안 처리와 추가 재정 투입 등에 대해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의지를 밝힌 상태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과 얼마든지 협의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국민의힘의 추경 편성 원칙은 가장 절실한 곳에 가장 먼저 쓴다는 ‘핀셋 추경’”이라고 못박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반적으로 나눠주는 것보다 타깃해서 주면 같은 25만원 보다 몇배에 해당하는 돈을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선별 추경에 무게를 실었다.
추경 방식 뿐만 아니라 시기를 놓고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즉각적인 편성을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결과를 본 뒤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국정협의회가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협의를 해 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다”면서도 “‘이거 아니면 추경하자’고 ‘기승전 추경’식 조건을 다는 것은 (협상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반도체 특별법과 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특위 구성 여부 등을 놓고서도 여야 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이는 여야 간 접점과 이견이 뒤섞인 경제·민생 현안들로,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이뤄진 다른 사안들을 파고들며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여야 이견이 큰 반도체 연구·개발(R&D) 고소득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배제한 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대표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때문에 주52시간제도가 묶여 있다고 거듭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수권정당으로서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최근 가속화한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장선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각종 민생 현안이 “국민의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연일 주장하며 국민의힘 압박 전략도 꺼내들었다.
민주당은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21대 국회 여야 잠정 합의가 이뤄졌던 ‘국민연금 보험료율 13%’를 중심으로 한 모수개혁 우선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모수개혁을 처리한 뒤 연금 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구조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특위 논의를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국정협의회 성과를 챙기기 위한 ‘막판 수용’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마지막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극적으로 (쟁점 사안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