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수트핏이 완벽한 남자 이준혁(41)을 만났다. 최근 종영한 SBS ‘나의 완벽한 비서’의 완벽한 비서이자 완벽한 애인 유은호를 연기한 배우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헤드헌팅 회사인 피플즈 CEO 강지윤(한지민)과, ‘일’도 완벽한 비서실장 유은호(이준혁)의 밀착 케어 로맨스다.

완벽한 비서가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준혁은 “완벽한 비서로 어울리려면 담백하고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공격적이어서도 안된다. 슴슴하면서도 든든한 기둥처럼. 멋있는 사람은 시대마다 다르지만 지금 멋있는 사람이 이런 게 아닐까”라고 답했다.

은호와 지윤

이준혁은 은호 역할에 대해 “아이를 키우고 일을 찾았던 유은호를 표현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은호는 모든 신(scene)의 조연이다. 상황을 리액션해주면서, 튀지 않고 은은하게 젖어들어야 한다. 앞에서 노래하면 안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준혁이 맡은 유은호는 강지윤(한지민)과의 멜로로도 확신을 주는 드라마였다. 신뢰가 바탕이 된 이들의 사랑도 참 멋있어 보였다. 둘은 서로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며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깊이 있는 감정을 전달한다. 사랑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커플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은호와 지윤

“로맨스에서 정확한 재미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멜로물이 나왔지만 우리는 두 사람이 조금씩 쌓아나가는 그런 맛이 있는 것 같다. 은호는 부담스럽지 않게 브리지 사이의 유머를 구사한다. 클리셰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르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브리지에서는 변칙적이어야 한다.”

이준혁은 “한지민이니까 은호가 처음부터 좋아했을 거다. 한지민에게 빈틈이 보이는 순간 매력적이다”면서 “은호는 처음부터 강지윤을 꼬실 생각은 없었다. 필요한 걸 주려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을 채워주면서 보호해주고…”라고 말했다.

유은호와 강지윤 커플을 응원하는 팬덤인 ‘깡유 커플 앓이’가 생겨난 것은 이렇게 세세한 빌드업이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

은호와 별

이준혁은 로맨스 뿐만 아니라 딸을 키우는 ‘아빠’를 연기한 것에 대해서도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특히 딸로 나온 아역배우 기소유(유별 역)와의 연기가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별이는 연기를 너무 잘한다. 동료로서 훌륭하다. 아역배우가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배우여서 현장에서 별이와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딸을 키우는 직장 아빠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기도 해 이런 부분은 보람을 느낀다.”

이준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는 “부인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내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애가 성장과정에서 치이더라도, ‘아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거다”고 답했다.

이어 “실제로 서치펌에 다닌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인력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명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사내 정보를 전직원에게 유출하거나, 클라이언트 기업 데이트를 엄밀하게 조사하지 못한 직원들이 일반 회사에서는 시말서를 써야 하지만 피플즈라는 회사는 그런 직원을 너그럽게 용납해준다. 이에 대해 이준혁은 “우리의 의도였다. 그걸 느끼셨다면 우리 전달법은 성공한 거다”고 말했다.

은호

이준혁은 ‘범죄도시3’, ‘좋거나 나쁜 동재’ 등 장르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선배 배우를 보면서 더 깊은 연기, 진지한 배우를 따라가고 싶었다. 한때 수염을 기르고 다닌 적도 있다. 수염 때문에 캐스팅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진한 연기를 했던 배우 크리스찬 베일을 특히 좋아했다.

“저는 20대, 30대때 늘 40대를 연기해야 했다. 노안 배우 2위였다. ‘비밀의 숲’ 동재는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 연기했다. (조)승우 선배보다 형으로 나오니까. 지금은 40대가 됐으니 편한 지점도 있고. 40대 연기자를 20대부터 찾았으니까 감독이 대단하신 거다.”

이준혁이 장르물을 계속 한 것은 독특한 인물들 많이 연기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독특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오히려 유은호가 독특해 보였다. 그러니까 멜로 드라마가 이준혁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거였다.

“장르물을 하건, 멜로물을 하건 요즘은 동료와 제작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연기를 하면서 이들을 믿고가야 한다. 현장은 언제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행인이 현장에서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한지민은 프로라서 든든했다. 항상 현장에서 버팀목이 돼주었다. 정훈 역의 김도훈의 밝은 모습은 큰 힘이 됐다.”

은호

은호

은호

이준혁은 “나이 먹으면 단단해진다는 은호의 대사가 좋더라”면서 “과거보다 여건은 훨씬 좋다. 나도 현장에서 좋은 동료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이준혁은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주연 외에도 드라마에 나간 동요를 만들기도 했다. 게임 OST를 만들었고, 성인가요가 곧 나올 것이라고 한다.

이준혁은 요즘 차기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를 신혜선과 함께 촬영하고 있다. 그는 “중간 사람들은 대기만성형인 저를 보고 희망을 얻기 바란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