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수용’ 정부 나섰지만…‘종전 협상’ 복잡한 셈법

미·러 관계 변화에 우크라이나 대응 주목
“포로 받으려면 우크라이나에 기여해야”
“北, 로비할 것…한국 역할 지극히 제한적”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 군인. [엑스 캡처]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하고 정부가 지원 입장을 밝히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관심이 몰리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복잡한 셈법이 얽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우 전쟁 종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본격적인 대화에 나섰지만, 그동안 무기를 지원해온 우크라이나를 향해서는 발언 수위를 높이며 갈등 관계를 펼치고 있어서다. 이에 종전협상 또한 안갯속에 빠지면서 포로 송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 협의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입장을 전한 것과 관련해 국가안보실 또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정부로서는 동인들의 한국행 요청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 및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포로 송환과 관련해 북한의 교전 당사국 지위 확보 또는 러시아군 편입 여부 확인 등을 쟁점으로 꼽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모두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종전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교전 당사국이 되거나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편입된 것으로 정리될 경우 포로 지위가 부여될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북한군 병사들은 불법 전투원 등으로 분류돼 억류국 국내법 위반에 따른 벌을 받을 수 있다.

설령 파병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도 북한군이 우리나라로 귀순하지 못하도록 북한이 러시아에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펼쳐왔기 때문에 한국은 다른 나라이며, 본국으로 송환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병사를 돌려받을 수 있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실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귀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제네바 제3협약에 따라 전쟁포로는 종전 후 석방되고 송환되어야 한다면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종전 뒤 북한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 (포로 송환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비용을 감수하고 북한군을 한국에 보내겠다고 하면, 한국도 그만큼 우크라이나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 협상을 주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귀순 문제를 크게 보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기 한 달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과시하기 위해 종전 협상을 서두르면서 귀순 등 문제를 눈감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종전 협상이) 한 두달 이상 걸리기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미국 쪽에 (포로 송환에 대해) 당연히 얘기하겠지만, 그렇게 쉽게 논의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포로들의 한국 송환 의사를 은밀하게 확인할 것이고, 러시아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조건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접근할 가능성은 0”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종전 협상의 향방에 북한군 송환 문제 또한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운신의 폭은 지극히 작을 것이란 평가도 따른다. 임 교수는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더 준다던지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상황이 모호해졌다. 외교 채널을 통한 노력만 이어질 텐데, 우크라이나가 자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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