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홍준표 등 지자체장 거론
‘잠룡 아닌 잡룡’ 과거와 대비
차기 당권·지방선거 고려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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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0·장년 모두 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물밑에서 거론되는 잠룡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린 대선주자군 외에 현역 중진의원,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까지 10여명이 ‘자칭타칭’ 잠룡군으로 거론된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결집한 지지층이 여권의 ‘조기대선 언급 자제령’까지 낳았지만, 역으로 지지층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치인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중진그룹의 대표주자는 5선의 나경원 의원이다. 나 의원은 지난달 두 차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찾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비판했다. 이달 초에는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고, 15일 공수처에 이어 17일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했다. 전날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주자 선두를 달리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기조연설자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개혁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현역 절반이 넘는 58명의 의원이 참석했는데, 김 장관 뿐만 아니라 나 의원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 의원은 2023년 3·8 전당대회 당시 ‘연판장 사태’ 등 친윤(친윤석열) 진영 압박 속에 당권 불출마를 선언했고, 당내 선거에서 꾸준히 비윤 또는 멀윤(윤 대통령과 거리가 먼) 주자로 분류됐다. 그런 나 의원의 친윤 밀착 행보를 놓고 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을 향한 구애 행보란 것이다. 나 의원도 “정치인은 누구나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5선의 김기현·윤상현 의원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두 의원 역시 한남동 관저 집회, 서울구치소 접견, 공수처·헌법재판소 항의 방문, 탄핵 반대 집회 참석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방어권을 사실상 봉쇄하기 위한 정치 테러”라고 주장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을 꺼냈던 윤 의원은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등이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를 활발하게 찾고 있다.
세 차례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4선의 안철수 의원도 전날 조기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만약에 조기대선이 열린다면 (제가) 대선후보군 중에서 유일한 현역의원”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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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을 제외한 시·도지사들도 여의도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는 것에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하는 유정복 인천시장은 다음달 7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달 초 지역 청년 행사에서 조기대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밀알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밀알이 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기대선 현실화 시 대선 예비후보가 10명을 훌쩍 넘는 ‘역대급’ 경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숫자도 숫자지만 출마자들의 체급면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계기인) 19대 대선 때와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는 9명이었으나,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율과 인지도 면에서 “잠룡 아닌 잡룡”이란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달라진 상황의 주된 원인은 ‘보수 궤멸’을 우려했던 과거와 다른 당 지지율 상승세가 있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율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더불어민주당(38%)과 오차범위 내인 39%를 기록했다. 차기 당권과 2026년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조기대선 출마가 지지층과 지역민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 측 인사는 “차기보다 ‘차차기’ 당대표 자리까지 고려하는 시각”이라며 “차차기 당대표는 23대 총선 공천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