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게릭병 원인 단백질 응집 억제 나노소재 기반 치료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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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성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ACS 나노’ 표지 이미지.[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신경퇴행성 질환인 루게릭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을 찾아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 이영호 박사 연구팀이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홍영빈 교수, 한국뇌연구원 남민엽 박사, 서울대학교 화학부 홍병희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그래핀 양자점(GQDs)이 TDP-43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응집인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신경세포 보호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20일 밝혔다.
루게릭병은 운동 신경세포가 퇴행하여 근육 마비와 호흡 부전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대부분의 루게릭병 환자에서 TDP-43 단백질의 세포질 내 응집이 관찰되며, 이는 신경세포 기능 장애 및 사멸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TDP-43의 아밀로이드 피브릴과 같은 단백질 응집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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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치료전략 모식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
그래핀 양자점은 수 나노미터 크기의 탄소 기반 나노소재로, 생체적합성이 높고,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그래핀 양자점이 TDP-43 단백질과 직접 상호작용하여 단백질 응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나아가 신경세포에서 TDP-43 관련 독성을 줄이며 세포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루게릭병을 유발하는 다른 원인 단백질인 FUS 및 C9orf72 돌연변이 모델에서도 그래핀 양자점이 신경 보호 효과를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그래핀 양자점이 루게릭병 외에도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단백질 응집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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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 연구진. 허윤석(왼쪽부터) KBSI 박사후연구원, 박나영 동아대학교 대학원생, 홍병희 서울대학교 홍병희 교수, 남민엽 한국뇌연구원 박사, 홍영빈 동아대학교 교수, 이영호 KBSI 박사.[KBSI 제공] |
기존 치료제들은 신경 보호나 항염증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단백질 응집을 직접적으로 타깃 하는 치료법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그래핀 양자점이 단백질 상전이·상분리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루게릭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영호 박사는 “이번 연구로 국내에서는 연구가 왕성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단백질 응집 및 상분리 기전 연구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향후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그래핀 양자점과 같이 단백질 상전이·상분리를 조절하여 퇴행성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