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마라톤 신나게 뛸 거죠?” 다신 보고 싶지 않은 이 풍경…쓰레기는 어쩌나 [지구, 뭐래?]

다회용컵·재사용 번호표 등 ‘무해한 마라톤’ 눈길


한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지나간 도로 모습. 도로 중간에 빈 쓰레기통이 있지만, 바닥에 일회용 종이컵이 버려져 있다. 김상수 기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도로에 버려진 일회용컵 쓰레기들 사이로 쓰레기통이 보인다. 물론,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통상 마라톤이 끝난 후 주최 측이 대부분 회수하니 잠깐 눈살을 찌푸린 채 넘어갈 수도 있다.

핵심은 길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아니다. 길이든 쓰레기통이든, 이 쓰레기 자체다. 또다른 마라톤 대회 사진을 보자.

마라톤 코스 옆으로 버려진 일회용컵들. [와이퍼스 제공]


마치 도로에 파란색 쓰레기 더미 줄이 생긴 듯하다. 마라톤 참여자들이 경기 도중 마시고 길가에 버린 일회용컵들이다.

겨울이 끝나고 봄을 앞두면서 이제 하나둘씩 마라톤 대회가 예고된다. 러너 인구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다.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달리는 기분도 상쾌하겠지만, 우리가 놓치는 게 하나 있다. 마라톤을 위해 쏟아지는 일회용 쓰레기들.

함부로 버리는 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쓰레기가 넘쳐나는 게 문제다. 대안은 없을까?

마라톤에서 쏟아지는 일회용컵 쓰레기는 상상 이상 수준이다. 통상 주요 마라톤 대회는 1만명 이상이 참여한다. 대표급 유명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가 3만명에 이른다. 통상 대회마다 3~4곳의 급수대가 운영된다. 1명이 1잔만 마셔도 3만개 일회용컵 쓰레기가 나온다.

이게 다가 아니다. 번호표, 기념품 포장 등도 고스란히 3만개씩 일회용 쓰레기들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마라톤을 없앨 순 없는 노릇. 오히려 건강 스포츠로 장려할 만 하다. 결국, 대안은 쓰레기를 줄이면서도 마라톤을 즐기도록 노력하는 것. 이미 곳곳에서 새로운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다회용컵 제공이다.

환경단체 사단법인 지구닦는사람들(와이퍼스)은 지난 2023년에 국내 마라톤 대회 최초로 일부 구간에 한해 다회용컵 사용을 적용했다. 건강에 좋은 동시에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 끝에 도전한 새로운 실험이었다.

총 5개 급수대 중 2개 급수대에선 종이컵 대신 다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했고, 참가자들은 다 마신 컵을 거대한 수거함에 반납하면 됐다.

일회용컵 쓰레기가 수북한 급수대와 다회용컵이 가득 모인 급수대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제17회 선사마라톤대회 제2급수대에서 수거함에 다회용컵을 버리는 참가자들. 주소현 기자


나아가 지구닦는사람들은 오는 3월 23일 ‘2025 무해런’을 개최한다. 국내 최초 쓰레기 없는 마라톤이 목표다.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앞 광장에서 월드컵대교 인근 반환 지점까지 10km 코스로 500명이 달린다.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아리수 급수대를 쓴다. 최근엔 SNS 등을 통해 집에서 쓰지 않는 갈색 종이봉투를 수거하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이를 모아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 번호표 대신 재사용 종이봉투 번호표를 쓸 예정이다.

[2025 무해런 참가신청 페이지 내 그래픽]


황승용 지구닦는사람들 닦장은 “2019년 처음 마라톤에 참여했을 때 출발지에 버려진 우비, 급수대마다 널브러진 종이컵, 기념품까지 일회용 쓰레기가 가득했다”며 “최근 러닝 열풍이 불면서 대회도 참가자도 늘어났고 그만큼 쓰레기도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문화를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어 무해런을 준비하게 됐다”며 “일회용품 최소화는 물론,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 간 배려하는 따뜻한 마라톤을 진행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참가비는 3만원이며, 오는 28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한다. 구체적인 내용 및 참가신청은 지구닦는사람들 인스타그램이나 참가신청 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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