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다른 두 여성, 꿈을 통해 스며들어
반전의 반전, 빠른 사건 전개가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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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간신히 150cm를 넘은 키에 작은 눈과 큰 하관. 이경은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남편 간호에 가장 노릇까지 하는 어머니에 손 벌리기 어려워 학자금 대출만 이미 3000만원이 넘었다. 그래서 틈틈이 시급이 쎈 특수청소 알바를 한다. 자살했거나 살해당한 사람들의 집을 정리하는 일이다.
하지만 웬걸. 잠이 든 지 얼마 안 돼 눈을 뜨니 ‘엄마’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40대 여성이 대뜸 녹즙을 내민다. 밝고 고급스러운 방. 그 안의 나는 큰 키의 마른 몸매, 손바닥만 한 얼굴에 매끈한 피부를 가진 미모 명문대생 다운이로 존재한다. 엄마와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하고, 힙한 맛집에서 식사하는 게 일상인 다운은 거듭 울리는 구애 남성들의 휴대폰 메시지 소리가 새삼스럽지 않다.
‘살인자의 쇼핑몰’, ‘심여사는 킬러’ 등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강지영 작가가 신작 ‘하품은 맛있다’로 돌아왔다. 작품은 평생 가도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이 꿈이라는 통로를 통해 서로의 삶을 엿보게 되는 환상 스릴러다. 이경은 알바를 하다 발견한 다운의 스노우볼을 가져온 후 잠이 들면 다운의 과거 삶으로 스며들게 된다. ‘모자랄 것 하나 없이 완벽한, 밝고 상쾌한 기운만을 가진’ 다운의 삶을 살아보니 어둡고 미래가 없는 자기 삶이 어쩌면 악몽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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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
여성 서사와 범죄 스릴러 장르를 잘 다루는 그가 이번에도 자신의 특기를 잘 살렸다. 꿈을 통해 다른 이의 삶, 특히 누구나 선망하는 여성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또 서두부터 주요 등장인물인 다운의 사망 사건이 나오고, 이를 파헤치는 주변 인물들의 움직임과 그들의 검은 속내가 드라마를 보는 듯 속도감 있게 전개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건은 이경의 알바 동료인 임 대리를 범인으로 의심하며 시작한다. 그는 다운이 살아생전 연예인을 지망하며 들어간 매니지먼트 회사에 몸담았던 경력의 인물이다. 여기에 다운의 절친이면서 임 대리의 애인인 가을이와 특수청소 회사를 운영하는 전직 경찰 출신 남 사장, 그리고 다운의 엄마가 이 사건에 연루된 점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경은 살인 사건을 막아보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다운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멈칫한다. 이 과정에서 다운 역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오히려 자신의 삶이 다운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심지어 꿈결 같은 현실이 사실은 모두 다운이 설계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경의 유일한 친구 유나의 도움으로 결국 다운과 대면하게 되는 이경. 꿈을 매개로 만난 그들의 결말은 희극일까, 비극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