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계엄 극복한 시민들 자랑스러워, 남은 건 법적 절차”

신작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소신 발언
“마크 러팔로가 ‘괜찮냐’ 이메일 보내”
“로제 아파트 몇위냐 했는데 갑자기 계엄령”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키17’을 연출한 봉준호(55) 감독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우리(국민)는 이미 극복했고, 남은 건 법적 상식적 절차”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신작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계엄사태에 관해 이같이 언급했다.

봉 감독은 “처음 계엄령 뉴스가 나왔을 때 마크 러팔로(‘미키17’ 출연 배우)의 경우 이메일을 보내 ‘괜찮냐, 잘있냐. 안저하길 바란다’라고 제 안부를 챙겼다”며 “‘걱정 말라’는 답을 해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최두호 프로듀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이어 “뉴스에서도 몇 차례 얘기를 했지만, 로제 양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몇 위까지 왔냐로 떠들썩하던 와중에 갑자기 이런 일이 터져 더욱 생경했다”고 했다.

봉 감독은 “좋은 점은 우리의 음악, 영화는 지금 이렇게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거다. 우리는 일상을 찾았다”며 “계엄을 이미 극복한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극복했고, 이제 남은 건 법적, 상식적 절차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60년대생, 80년대 학번인 봉 감독이 계엄령 사태를 공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봉 감독은 지난 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내가 초등학교 4, 5학년 때가 1979년, 80년이었다.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오던 그 시기. 이제 기억이 아련하지만 계엄령에 관한 기억이 있다”면서 “이제 그 후로 사십 몇 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그 제 생애에서 그걸 다시 한 번 맞닥뜨릴지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봉 감독은 “되게 황당하면서 어이없으면서 충격적이었는데, ‘미키 17’에 같이 일했던 해외 배우들이나 같이 일했던 프로듀서나 그런 분들도 되게 당황스러웠는지 저한테 ‘괜찮냐,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무슨 일이냐’ 문자나 이메일이 많이 왔었다”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령 책임을 물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영화인 긴급 성명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편 ‘미키17’은 봉 감독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생충(2019)’ 이후 약 6년 만에 들고 온 신작이다.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에, 마크 러팔로, 스티브 연 등이 출연한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이 원작으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 일명 ‘익스펜더블’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의 죽음을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미키17’은 지난 16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개봉은 오는 28일, 북미에서는 다음 달 7일부터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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