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이상 세율엄포에 삼성·SK 투자부담↑…“미국기업에도 자충수” ”[트럼프發 관세쇼크-반도체]

트럼프 “반도체도 25% 이상 관세” 으름장

삼성·SK, 미국 현지 투자 부담 확대

관세부과 시 한국산 반도체 가격 올라가

‘K-반도체 의존’ 美 기업 수익도 악영향

“미 공화당·기업들과 연합해 목소리 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철강에 이어 반도체를 향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화해 미국 현지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향후 대미 투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관세 부과 시 당장 한국산 반도체의 가격이 올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한국산 반도체에 의존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겐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자국 기업들의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반도체도 25% 관세”…압박수위 최고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를 묻는 질문에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며 반도체를 겨냥한 관세부과 계획을 재차 언급했다.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반도체는 무관세가 원칙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123% 증가한 103억달러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는 자동차와 함께 대미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우리에게 흑자를 안겨다주는 ‘수출 효자’ 품목들이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의 최전선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미국 투자 늘려야 하나…“K-반도체 의존 美 기업도 부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월 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위치한 퍼듀대에서 투자협약식을 열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멍 치앙(왼쪽부터) 퍼듀대 총장,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최우진 SK하이닉스 부사장,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아룬 벤카타라만 미국 상무부 차관보,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장관, 미치 대니얼스 퍼듀 연구재단 이사장. [토드 영 상원의원 페이스북]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을 넘으려면 결국 대미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액션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하며 관세 부과 목적이 궁극적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인 점을 재확인했다.

관세 폭탄을 피하고 싶다면 직접 미국으로 들어와 생산시설을 지으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크게 부과할 경우 관련 반도체뿐만 아니라 OSAT(반도체 패키징 · 테스트 전문업체)들도 미국에 제조 라인이 있어야 한다”며 “완제품도 미국에서 조립 생산할 때 관세 이슈는 완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37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했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미국 영토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에만 관세 무역장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구조”라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계획 대비 투자 부담이 확대되고, 완공 이후 운영 과정에서의 수익성도 여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오히려 미국 기업들이 받게 되는 타격을 고려할 때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미국의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중간재인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수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국에는 마이크론 하나 정도 있어 마땅히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입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도 트럼프 강공엔 부담…“美 빅테크와 연합해 목소리 내야”

 

그레그 애벗(가운데) 미국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해 7월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전영현(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남석우(맨 왼쪽) 당시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사장과 세실리아 애벗 여사, 김원경(맨 오른쪽) 삼성전자 글로벌 공공업무실장(사장) 등이 동석했다. [텍사스주 제공]

앞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바이든 정부가 약속했던 반도체 보조금까지 재검토하겠다는 신호를 보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쉽게 뒤집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김창욱 보스턴컨설팅 코리아 파트너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기존의 법안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을 취소시키기에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고 논란을 야기한다”며 “쉽게 철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욱 파트너는 그 이유로 주요 반도체 생산시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이 대부분 공화당 텃밭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장을 짓고 있는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 모두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직접 찾아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을 만나며 삼성전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은 지난해 4월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퍼듀대에서 열린 SK하이닉스의 투자 협약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김 파트너는 “(트럼프 정부가)공화당의 반대까지 무릅쓰면서 (반도체 보조급 재협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개정은 있겠지만 계속 (투자를) 더 독려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주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원하고, 미국 기업들의 한국산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역으로 이용해 미국 정부를 계속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태규 팀장은 “국내 기업들은 지금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오히려 미국 기업들과 협력해서 미국 기업들이 직접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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