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꼽히는 ‘태도유보’ 비율도 31%
“부동층, 대선판 열리면 그때 움직일 것”
李, 부동층 잡기 사활에도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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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내지 적합도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독보적 1위다. 다자대결 구도에서 2위권의 ‘여권 1위’와는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나면서 앞선다.
정작 이 대표에 대한 지지도 수치만큼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특정 인물이 아닌 ‘부동층’이다. 이 대표가 최근 들어 ‘유연한 태도’를 부쩍 강조하면서 성장 담론을 내세우고, 급기야 “민주당은 중도보수정당”이라며 당의 정체성 논란을 직접 촉발한 것도 이 부동층 비율을 의식한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진영 결집으로 사실상 양자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동층 표심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7~19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2월 3주차 정례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묻는 질문에 이 대표를 응답한 비율이 31%로 조사됐다. 전체 1위다.
직전 조사(2월 2주차)의 32%보다 1%포인트(p) 줄긴 했지만 되레 2위와의 차이는 벌어졌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0%로 이 대표에 이어 전체 2위이자 여권 인사 중 1위를 기록하면서 이번 조사에서 21%p 차이를 나타냈는데, 직전 조사에서 김 장관은 13%로 이 대표와 19%p 차이였다. 여야 잠룡간 1대1 대결이 아닌, 다자대결 구도의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가 독보적으로 앞서는 흐름이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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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공개된 NBS ‘차기 대통령 적합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 표. [NBS 제공] |
하지만 이 같은 수치에도 민주당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는 여론조사에도 나타나는 부동층의 비율 때문이다.
이번 NBS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부동층으로 꼽히는 ‘태도유보’ 의견 비율은 31%(없다 26%+모름/무응답 5%)로 나타났다. 이 대표 지지율과 같은 수치다. 이 대표가 여야 통틀어 모두에게 앞섰지만 정작 부동층은 이기지 못한 셈이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성장 우선 담론’을 꺼내면서 사실상 차기 대선 의제를 던진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 기점으로, 그 이후 해당 기관의 같은 조사를 살펴보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엇비슷한데 부동층 비율은 점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2월 1주차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32%를 얻었고 부동층 비율은 24%였다. 이어 직전 조사(2월 2주차)에서 이 대표 32%, 부동층 비율 28%로 나타났다.
지지율과 비슷한 수치의 부동층이 여론조사로 확인되는데다가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결국 여야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이 대표가 부동층 사로잡기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표 출범 2기 때부터 중도 공략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라든지, 올해 신년 기자회견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그제 100분토론(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그렇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지지율이 30% 초반대에 거의 고정돼 있다시피 해서 중도 공략에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이 대표도 일단 자신의 고정 지지층은 (여론조사상) 최대한 올라와 있는 것”이라며 “선거가 벌어지면 무응답층에 소구를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큰 이슈들, 예를 들어 대통령 탄핵 인용이나 이 대표 (선거법 관련) 2심 선고 등이 나오고서 본격적으로 대선판이 열려 1대1 구도가 되면 무응답층은 그때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