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뒤 동선 속였어도’ 백경현 구리시장, 무죄 왜? [세상&]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1심 벌금 1000만원→2심 무죄
2심 “군 장교가 시행한 역학조사, 적법 시행 아냐”
대법, 무죄 판결 확정


백경현 구리시장. [구리시 제공]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동선을 속인 혐의를 받은 백경현(67) 경기 구리시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동선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한 건 맞지만 적법한 역학조사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백 시장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백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백 시장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12월께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거짓 진술한 혐의를 받았다. 확진 판정 이틀 전, 한 정치 행사에 참석해 뷔폐에서 식사까지 했음에도 역학조사원에게 “집에만 있었다”고 거짓 진술한 혐의가 적용됐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역학조사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숨겨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백 시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백 시장 측은 “적법한 역학조사가 아니었으므로 처벌해선 안 된다”며 “역학조사를 한 사람이 법적으로 자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백 시장에게 역학조사를 한 사람은 보건소 직원이 아니라 육군 중위였다. 육군참모총장에 의해 보건소로 파견 인사명령을 받은 군인이었다.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반원은 역학조사 담당 공무원, 의료인, 감염병과 관련된 전문가 중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및 시장 등이 임명·위촉하는 구조다. 백 시장은 “역학조사 당시 구리시장이 해당 육군 중위를 역학조사바원으로 임명·위촉한 사실이 없다”며 “적법한 역학조사반원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유죄였다. 1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부장 최치봉)은 2023년 8월, 백 시장의 주장을 기각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역학조사를 담당한 사람이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위촉은 반드시 위촉장이 수여되거나 형식이 명시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육군참모총장이 소속 군인을 보건소에서 근무하도록 인사 명령을 내렸다면 역학조사반원으로 적법하게 위촉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령 구리시가 해당 군인을 역학조사반원으로 구체적으로 분류하거나 배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적법하게 위촉된 역학조사반원의 지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양형의 이유에 대해 “백 시장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고, 거짓 진술로 행정적 어려움을 초래했으며, 시장으로서 역학조사에 대한 법적 의무를 지는 사람이 동선을 거짓 진술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행 당시엔 공직자가 아니었고 심층역학조사에선 사실대로 진술했으며 지방선거 출마 전 이미 이 사건이 언론 보도된 점 등을 고려하면 시장직을 박탈하는 건 가혹해 보인다”며 벌금형을 택했다. 만약 백 시장이 해당 혐의로 징역형 등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직을 상실하는 상황이었다.

백 시장은 항소했다. 2심 재판 과정에서도 백 시장 측은 “역학조사가 적법한지 분명하지 않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형사3부(부장 이성균)는 지난해 10월, “해당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등에 따라 적법하게 실시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택했다.

2심 재판부는 “역학조사를 한 군인을 역학조사반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된 것으로 볼 별다른 자료가 있지 않다”며 “그간 역학조사와 무관한 임무를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역학조사반원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당시 보건소에서도 군인·경찰 등 외부 지원인력을 ‘행정지원인력’으로 분류해 ‘역학조사반원’과 명확히 구별했다”고 밝혔다.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무죄였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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