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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영덕 강구면 삼사리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그물에 걸린 참다랑어.[영덕군 제공]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설마, 이게 동해에서 잡힌다고?”
‘바다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참치. 그중에서도 ‘대어’로 분류되는 300㎏짜리 초대형 참다랑어가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잡혔다.
통상 우리에게 익숙한 통조림 참치는 태평양 원양어선에서 잡은 ‘냉동’. 연안에서 고급 횟감 참다랑어가 잡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국내산 참치회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추세가 뒤바뀌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며, 연안으로 참다랑어가 몰려들고 있다.
동시에 명태, 오징어 등 ‘국민생선’ 취급을 받던 어종은 자취를 감췄다.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기존 수산물 산업 생태계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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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회.[독자 제공] |
경상북도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 11일 영덕 강구면 삼사리 1.2㎞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의 그물에서 몸길이 1.6m, 무게 314㎏의 참다랑어가 잡혔다.
참치류 중에서도 최고급 횟감으로 취급되는 참다랑어는 100㎏만 넘어도 대형 취급을 받는다. 이날 잡힌 ‘초대형’ 참다랑어는 인근 위판장에서 1050만원의 고가로 거래됐다.
그간 동해에서 참다랑어가 잡히는 사례는 흔하지 않았다. 간혹 잡힌다고 해도 대부분 10㎏ 안팎의 작은 개체였다. 하지만 연안에서 참다랑어가 발견되는 사례가 빈번해지며, 대형 참다랑어 포획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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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서 잡힌 중량 250㎏의 참다랑어.[입질의 추억 유튜브 갈무리] |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처음으로 독도 주변 해역, 제주 동부 해역에서 참다랑어 어란과 치어 출현이 확인됐다. 2023년에는 제주 남자 주인공 해역과 동해 남부 해역까지 출현 범위가 늘었다.
이는 우리나라 연안이 적합한 참다랑어 ‘산란장’으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우리나라 연안에서 번식이 활성화될 경우 향후 어획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비교적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 운영되는 낚싯배에서도 참다랑어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낚시어선에서 잡힌 참다랑어는 396마리로 2023년 연간 어획량(358마리)과 비교해 38마리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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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동해에서 잡힌 세 명의 남성이 옮기고 있다.[유튜브 입질의 추억 갈무리] |
태평양 먼바다에서 잡히던 참다랑어가 우리 연안까지 흘러들어온 데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 지구온난화로 수온 상승이 나타나며, 아열대성 어종인 참다랑어의 서식 가능 범위가 북쪽으로 확장된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968년부터 2023년까지 56년간 우리나라 연근해 표층 수온은 1.44도 상승해 전 지구 상승치(0.7도)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동해 표층 수온은 같은 기간 1.9도 상승하며 서해(1.27도), 남해(1.15도)에 비교해 더 빠른 수온 상승 추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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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태평양참다랑어의 어획 위치(2018~2022).[국립수산과학원 제공] |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지난해 동해 표층 수온은 18.84도로 57년간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향후 동해 연안에 참다랑어가 출몰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참다랑어는 과도한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며, 국제적으로 어획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개체수가 증가하며 어획 한도도 늘었다. 올해 한국의 참다랑어 연간 어획 한도는 1219톤으로 이전 쿼터(748톤)에 비해 6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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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된 참다랑어.[게티이미지뱅크] |
이에 우리나라 밥상에서도 통조림이 아닌 참치 요리가 이전에 비해 흔히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냥 기쁜 소식은 아니다. 새로운 어종이 연안에 등장한 동시에, 우리 바다에서 사라진 어종들도 적지 않다. 특히 낮은 수온에서 사는 한류성 어종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때 ‘국민생선’으로 분류됐던 명태는 1970년대 중반 연간 어획량이 6만톤을 넘었지만 개체수가 줄어들며 2019년부터 어획 자체가 금지됐다. 2014년에만 해도 16만톤을 넘어섰던 오징어 연간 어획량은 2022년 3.6만톤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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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명태 위로 눈이 쌓여 있다.[게티이미지뱅크]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산·양식업계에서도 급변하는 기후에 따른 조업량 감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업종 변경 지원 ▷생산 제도 및 시스템 유연화 등 대책을 담은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대응에 나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른 어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수단을 발굴하고, 수산·양식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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