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 ‘워너비 삶’은 결코 우아하지 않았다

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네오북스

간신히 150㎝를 넘은 키에 작은 눈과 큰 하관. 이경은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남편 간호에 가장 노릇까지 하는 어머니에 손 벌리기 어려웠던 탓에 학자금 대출만 이미 3000만원이 넘었다. 그래서 틈틈이 시급이 많은 특수청소 알바를 한다. 자살했거나 살해당한 사람들의 집을 정리하는 일이다.

하지만 웬걸. 잠이 든 지 얼마 안 돼 눈을 뜨니 ‘엄마’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40대 여성이 대뜸 녹즙을 내민다. 밝고 고급스러운 방. 그 안의 나는 큰 키의 마른 몸매, 손바닥만 한 얼굴에 매끈한 피부를 가진 미모 명문대생 다운으로 존재한다. 엄마와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하고, 힙한 맛집에서 식사하는 것이 일상인 다운은 거듭 울리는, 구애하는 남성들의 휴대전화 메시지 소리가 새삼스럽지 않다.

‘살인자의 쇼핑몰’ ‘심여사는 킬러’ 등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강지영 작가가 신작 ‘하품은 맛있다’로 돌아왔다. 작품은 평생 가도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이 꿈이라는 통로를 통해 서로의 삶을 엿보게 되는 환상 스릴러다.

이경은 알바를 하다 발견한 다운의 스노우볼을 가져온 후 잠이 들면 다운의 과거 삶으로 스며들게 된다. ‘모자랄 것 하나 없이 완벽한, 밝고 상쾌한 기운만을 가진’ 다운의 삶을 살아보니 어둡고 미래가 없는 자기 삶이 어쩌면 악몽 같다.

여성 서사와 범죄 스릴러 장르를 잘 다루는 강 작가가 이번에도 자신의 특기를 잘 살렸다. 꿈을 통해 다른 이의 삶, 특히 누구나 선망하는 여성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또 서두부터 주요 등장인물인 다운의 사망 사건이 나오고, 이를 파헤치는 주변 인물들의 움직임과 그들의 검은 속내가 드라마를 보는 듯 속도감 있게 전개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건은 이경의 알바 동료인 임 대리를 범인으로 의심하며 시작한다. 그는 다운이 살아생전 연예인을 지망하며 들어간 매니지먼트회사에 몸담았던 경력의 인물이다. 여기에 다운의 절친이면서 임 대리의 애인인 가을, 특수청소 회사를 운영하는 전직 경찰 출신 남 사장, 다운의 엄마가 이 사건에 연루된 점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경은 살인사건을 막아보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다운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멈칫한다. 이 과정에서 다운 역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오히려 자신의 삶이 다운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심지어 꿈결같은 현실이 사실은 모두 다운이 설계한 것임을 알게 된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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