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앉은 여야정 수장, 시작부터 ‘반도체법·추경’ 신경전

한 달여 만에 국정협의회 첫 회의 개최
崔 “근로 특례 빠지면 반도체 보통법”
李 “동의 어렵다…꼭 패키지는 아냐”
權 “野 예산 감액 처리한 건 잘못”
禹 “벌써 불꽃…추경 편성 합의하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2.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주소현 기자] 우여곡절 끝에 20일 출범한 국정협의회에서 여·야·정 수장들이 반도체특별법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둘러싼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최된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국회 협조가 필요한 ‘통상·민생 3대 대책’의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최 권한대행은 “근로자 건강권 보호 등 안전장치를 전제로 합리적인 해결점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보통법’에 불과하다”고 전향적인 논의를 거듭 호소했다.

또 “미국발(發) 통상전쟁은 있는 일자리는 지키고, 해외 일자리는 빼앗아 오는 ‘일자리 전쟁’”이라며 “국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상 환경 변화로 국내 복귀를 원하는 기업,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 한국 투자에 관심있는 잠재적 해외 기업들에게 기존 틀과 발상을 과감하게 뛰어넘어 파격적인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 민생을 위한 추가 재정 투입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서민과 중산층의 삶과 직결된 민생 회복 지원법에 대한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영세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상반기 추가 소비분 소득공제 확대, 재개발촉진법 제정은 국민들에게 손에 잡히는 혜택을 드리는 정책”이라고 꼽았다.

이어 고(故) 김하늘양 피살 사건의 재발방지책인 이른바 ‘하늘이법(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여야 이견차를 보이는 연금개혁 논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가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며 “예산편성 권한은 헌법상 엄연히 정부에 있는데도, 감액만 해서 처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난해 민주당이 주도한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를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국회를 지켜보고 계신 우리 국민들께서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간섭이 아니냐고 우려하시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국회가 먼저 당리당략을 뛰어넘는 국익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정 국정협의회 첫 회의가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2025.2.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권 위원장의 발언에 “경쟁이 아니라 전쟁 같은 정치를 하면서 많은 실망을 드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저도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공감했다.

이 대표는 “권한대행께서 말씀하셨던 3가지 방향에 대해서 저희도 다 동의한다”며 “국민들께서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만들어 드려야 하고, 아마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추경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하나의 수단이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제 통상 환경이 매우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혼자 감당하기가 매우 어려우실 것 같다”며 “여당 또 야당 모두 힘을 합쳐서 공동 대응이 필요할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몇 차례 말씀 드렸던 것처럼 통상위원회를 같은 걸 하나 만들어 공동 대응책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제안했다.

다만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최 권한대행의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주재했던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기업 측과 노동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사실을 거론한 뒤 “결국 제가 알기로는 관련 업체, 또 산업계에서 ‘이건 뭐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노동부의 승인 조건을 완화해 주면 충분하겠다’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꼭 패키지는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정치가 일괄 타결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 이런 건 안 하겠다는 태도로 읽혀서 걱정”이라고 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정협의회는 국회, 정부의 책임 있는 리더들이 모인 회의체”라며 “벌써 이렇게 부딪히는 불꽃도 튀고 그러는데, 이런 불꽃을 통해서 정말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누고 한발 한발 진전시켜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오늘 적어도 추경 편성에는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쟁점도 있지만 문제의식이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어서 저는 합의가 가능하다, 그런 점이 더 넓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경 합의는 국민이 가장 기다리는 소식”이라며 “그 자체가 국정안정의 신호이고 경제심리회복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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