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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 |
대만해협 일대 훈련을 가장한 중국군이 대만 주변 섬을 포격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한 이후, 더 이상 평화적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대만의 주요 항만이 봉쇄된다.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대만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주력 병력을 대만으로 우선 보낸다.
그러자 북한이 틈새를 노린다. 북한군의 고속정과 상륙 병력이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를 향해 은밀히 움직인다. 서해 5도 일대에서 북한의 기습적인 방사포격이 벌어지고, 무차별적인 교전이 이어진다. 남한 영토 일부를 점령한 뒤 평화 협상으로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담한 목표가 과감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막기 위해 북한과 남한이 휴전에 합의할 것을 압박한다.
미래학자이자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인 최윤식이 최근 출간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나리오 중 하나다. 가상이긴 하지만 전쟁은 통상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그냥 흘려 넘길 수 없는 이야기다.
특히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이 한반도 전쟁 발발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 변수임을 경고한다. 갈등을 거래의 지렛대로 활용해 협상을 주도하는 트럼프의 기질과 기존 방식을 과감히 뒤집는 김정은의 실용적 승부사 기질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서는 이같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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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종결한 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관심을 돌릴 것이라 예상한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재개가 거론되는 시점이다. 다만 저자는 섣부른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핵 개발 중단은 커녕 오히려 핵 자산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온 북한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협상의 대상으로 둘 수 없다는 점을 이번에도 분명히 할 것이라 예측하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대북제재 해제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 힘을 실어준다.
저자는 북한군 병사들의 영양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는 분석이 있지만 북한군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들이 신중하게 적의 약점을 파악한 뒤 고도로 훈련된 소수의 비밀부대로 공격하는 ‘비대칭 전술’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이는 20만명에 이르는 북한 특수부대를 가리킨다.
또 전쟁이 나면 정권 자체가 궤멸될 수 있어서 북한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생각도 너무 순진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자발적으로 체제를 붕괴시킨 나라는 역사적으로 없다”며 “그래서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김정은이 중국을 경계하고 믿지 못한다고 해도 중국을 등지고 남한에게 정권을 이양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동기 변호사의 관점은 다르다. 그의 신간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는 ‘적과 대립’이라는 고정된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서로의 쓸모를 발견하는 북미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복잡한 정세 흐름에서 지난 75년간 혈맹을 말하면서도 갈등의 골이 깊은 북한과 중국 간의 균열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기존 학술적 논의와 차별화된다.
실제로 6·25 전쟁 전후 북한과 중국 지도부 간의 갈등은 깊어졌다. 이미 6·25 때 작전 지휘권을 뺏기는 수모를 겪은 김일성은 전후에도 중국이 북한 내정에 간섭하려 든다고 여겼다. 북한의 최대 정치 격변인 1956년 발생한 조선노동당의 ‘8월 종파사건’이 대표적이다. 김일성과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던 연안파와 소련파 인사들이 대거 숙청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과 중국은 돌연 중국 인민지원군 철수에 합의했다. 그후 김일성은 본격적으로 ‘주체’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어 김정일도 2009년 방북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중국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저자는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매우 악화된 상황이어서 북한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중국과 관계를 심화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김정일도 중국을 매우 불신했고, 세력 균형을 위해 경계했다. 자신의 권력세습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중국을 좋게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고 했다.
이러한 북중 간 묘한 갈등은 김정은 체제에서도 이어진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중국을 “숙적”으로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정은은 2015년 초에도 “미국과 일본은 100년 숙적이지만, 중국은 5000년 숙적이다. 중국 없이도 살아갈 수 있으니 중국에 사소한 양보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적도 있었다.
저자는 “북한과 중국의 사이는 특수한 사이가 아니라 전략적 이해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보통의 관계”라며 “그래서 북한은 강대국들의 경쟁 속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며 거대한 체스판에서 쓸모 있는 말이 되려고 한다”고 역설한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