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면세점 객단가 급감…다이소 등 저가형 소비 선호”

삼정 ‘K면세점 위기진단과 제언’ 보고서
3년새 외국인 객단가 2555만원→118만원
개별관광으로 변화…SNS 인기제품 구매 선호
“면세점 JV 설립, 시내면세점 철수 등 검토해야”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적자의 늪에 빠지고 있는 데는 ‘큰손’이었던 중국인의 소비 패턴 변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렌드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면서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하는 것보다 다이소나 올리브영 등 저가형 소비를 선호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삼일회계법인의 ‘보릿고개 넘는 K-면세점, 위기진단과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의 73.4%를 차지했다. 대량으로 면세품을 구입한 후 중국에서 재판매하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이 많아서다. 면세점들은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알선수수료를 지급했다.

코로나19 시기엔 소형 다이궁 입국이 제한되면서 기업형 다이궁에 대한 면세점의 매출 의존도가 높아졌다. 2021년의 경우, 내국인과 외국인의 객단가가 각각 14만원, 2555만원으로 격차가 182.5배까지 벌어졌다. 다이궁 유치를 위한 수수료 지급 부담이 커지다 보니 그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과제가 됐다. 롯데면세점이 올해부터 다이궁 거래를 전면 중단한 것도 이런 고민 때문이다.

문제는 엔데믹 이후 중국인의 면세 구매액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2021년 2555만원에 달했던 외국인 객단가는 2022년 1049만원, 2023년 184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118만원까지 추락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다이궁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추론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방한 중국인들의 관광·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보다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소규모 개별 여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개별 관광객(FIT)들은 주로 친구들끼리 방문하는 MZ 세대로,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찾기 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행하는 물건 구매에 관심이 많다. 과거에는 패키지 여행의 일환으로 면세점을 방문해 대량으로 화장품 등을 구매했다면, 이제는 다이소나 올리브영, 각종 화장품 로드숍 등을 돌며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업종별 카드결제건수 순위를 보면 면세점은 2019년 1위에서 2023년 3위로, 3위였던 백화점은 7위로 내려왔고 편의점이 4위로 치고 올라왔다.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명품 등 고가품을 사던 소비 패턴이 저가·실속형으로 바뀌었음을 방증한다.

보고서는 면세사업 정상화를 위해 면세사업 운영사를 줄이거나 기존 면세사업 운영자들이 JV(합작법인)를 만들어 합작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시내 면세점 사업자들 간 JV 설립을 통해 물품 소싱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항 면세점도 품목별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해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봤다.

단체 관광객과 다이궁 비중이 높은 시내 면세점에 대해서는 철수라는 극약처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과거 면세점 수익성에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공항 면세점 임대료였다면 이제는 송객수수료가 꼽히고 있다. 또 시내 면세점을 패키지 여행 코스에 포함시키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막대하지만, 중국 관광객 트렌드가 개별 관광으로 바뀌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송객수수료에 대한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정부의 시장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서도 K푸드, K뷰티 등 K-콘텐츠 관련 중소기업 제품들을 면세로 구입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형태의 면세점 운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항 면세점의 일부 공간을 K-콘텐츠 연계 굿즈나 인기 품목을 입점시키는 팝업스토어 형태도 거론됐다. 예컨대 롯데면세점은 일본 도쿄에 K-콘텐츠 제작사 ‘에그이즈커밍’ 팝업스토어를 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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