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인사, 尹 정부서만 단수 후보 사례 3번
자경위원들 “여러 오해살 수 있다” 내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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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출석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2·3 비상계엄 연루와 친윤(親尹)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에서 단수 후보로 추천된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시도 경찰청장의 경우 2명의 복수 후보로 추천되기에 단수 후보 추천은 의중이 담긴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1년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며 그해 7월 각 지역마다 자경위가 세워졌다. 자경위는 해당 시·도경찰청장 후보자를 검토하고 추천할 권한을 갖는다. 지금까지 총 81차례 인사 심의가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만 3차례 단수 후보 추천이 있었다.
23일 경찰청 자료(국회 양부남 의원실 제공)를 보면 전국 각지 자경위가 청장 후보자 협의는 81번 있었다. 대부분은 2명의 복수 후보였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3명의 후보자가 추천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단수 후보를 협의해 추천한 사례가 3번 있다. 2023년 4월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 2024년 1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2025년 2월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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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별 시도청 자치경찰위원회 협의 인원. 윤석열 정부 시기에만 시·도청장 후보에 단수를 추천했다. [경찰청,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자치경찰위원을 지냈던 인사는 “치안정감이 전국 통틀어 7자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워낙 대상자들이 없긴 하다. 하지만 자경위 청장 후보를 ‘협의’한다는 점에서 통상 2명의 복수 후보를 추천한다. 단수 추천은 이례적이고, 의아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임용을 논의한 지난 6일 소집된 서울 자경위 속기록에는 단수 추천에 대한 위원들이 비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경위 인사팀장은 “통상 복수 추천을 하나 공석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원 포인트 인사로 단수 추천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위원들은 “용산 쪽 관련된 사람이라고 해서 정치권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데, 복수로 추천된 것도 아니고 단수로 추천했는데 협의를 해줬을 경우 굉장히 여파가 클 것 같다”, “박현수 후보자가 서울청장이 되더라도 치안정감 승후(승진 후보자)인데, (이미) 치안정감에 있는 사람 중에서 (서울청장을) 해도 될텐데 여러 가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본다”, “통상적으로 복수추천을 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공석이라는 이유가 단수 추천을 해야될 사유가 될만한지 의문이 든다”는 등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자경위가 거수기에 불과하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의원은 “폭넓은 경험을 가진 후보자 중에서 (서울경찰청장) 후보가 뽑혔는지에 의문이 있고, 절차적으로 한 명의 후보를 가지고 결정을 요청한다는 자체가 (자경위) 절차를 무용지물화 시킨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보 임명에 부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청장 후보자 추천 의결서에는 “전반적으로 이견 없음”이라고 결론 지어졌다. 하지만 “추후 시·도 경찰청장을 협의할 때 복수로 추천해 줄 것을 요망한다”는 문구가 기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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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청장 직무대행를 맡은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
이례적 단수 후보자로 서울청장이 된 박현수 직무대리 두고 야권에선 “친윤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 직무대리는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실에 근무했고 행전안전부 경찰국장까지 지냈다. 3년 여 사이에 3계급을 뛰어 올랐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 직무대리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신의 인사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휘 공백과 하위직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규모 인사가 아닌 소규모 인사이기 때문에 적임자 한 사람만 추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원포인트 인사’가 처음이 아니기에 뒷말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1월 조지호 당시 경찰청 차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임명될 때에도 단수 추천이었다. 당시 자경위 인사팀장은 “이태원 참사로 김광호 서울청장이 기소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의원 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치안정감으로 승진 발령 낼 수 있는 TO가 없어서 단수 후보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한 자경위원은 “당시 처음으로 후보 단수 추천을 했던터라 위원들 사이에서도 단수 추천은 적절치 않다고 의결에 단서 조항을 달자는 의견도 나왔다”며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어떻게 법을 이런 식으로 적용하는지, 자경위가 거수기가 됐다는 회의감이 몰려왔었던 회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승진을 시킬 후보가 없어) 조지호 서울청장 후보를 단수로 추천했다 했는데, 이번에는 승진을 시켜가면서까지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를 선임했다”며 “이번 선임에선 말이 바뀐 것을 보고 위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