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서비스 연평균 24%성장 예상
자산관리·인프라 확장 등도 관심
거래소 계좌 제휴, 투자자 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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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면서 은행권이 가상자산 수탁(보관·관리), 자산관리, 결제 인프라 구축, 투자상품 개발 등 관련 비즈니스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위원회가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만큼 법인고객 지원과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가상자산거래소와의 협업 등을 바탕으로 향후 제도 개선과 시장 확대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5대 은행, 가상자산 수탁시장 간접 진출 속도=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가상자산 수탁시장에 지분 투자 등을 통해 간접 진출해 있다.
가상자산 수탁은 해킹이나 탈취, 분실 등의 위험으로부터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하는 것으로 전통 금융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존 금융기관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시장은 지난해 6490억달러(약 934조원)에서 2033년 4조6280억달러(약 6657조원)로 연평균 2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의 실명 가상계좌 발급 제한이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제한과 같은 제도적 제약으로 가상자산 수탁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나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수탁고는 2022년 12월 1조6000억원에서 2024년 6월 13조8000억원으로 1년 6개월 만에 11배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법인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글로벌 규제 정합성 제고를 위한 가상자산 2단계법 도입을 추진할 계획인 만큼 가상자산 수탁시장 성장세도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국내 시중은행으로는 가장 먼저 한국디지털에셋(KODA·코다)을 합작 설립했고 신한은행은 2021년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케이닥)에 지분 투자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2021년 카르도(KARDO)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실시했는데 카르도는 지난해 6월 케이닥에 합병됐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기업인 비트고와 함께 합작법인인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해 현재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시장에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비댁스(BDACS)와 업무제휴를 통해 가상자산 수탁 협력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국민, 빗썸과 새롭게 손잡아…신한, 코빗과 8년째 동행=가상자산 투자 관련 자산관리 서비스나 결제·송금 시스템 개발, 관련 투자상품 및 펀드 제공, 인프라 확장 등도 은행권이 눈여겨보고 있는 가상자산 관련 신사업 분야다. 당장은 제약이 크지만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과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 증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도입 등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에서 은행의 역할도 점차 활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에 각 은행은 중장기 시장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가상자산거래소 제휴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 고객에 눈도장을 찍고 있다.
국민은행은 다음달부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의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빗썸 고객은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상자산 비즈니스 추진을 위해 2022년 가동한 태스크포스팀(TFT)의 성과라고 국민은행은 설명했다.
지난 1월 빗썸과의 실명계좌 제휴 소식이 전해지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스타뱅킹 신규 가입과 요구불계좌 개설 건수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규 고객 유치와 저원가성 예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TFT를 중심으로 법인 실명계좌 도입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코빗 거래소와 2018년부터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코빗을 통해 가상자산을 구매해 케이닥에 보관하고 이에 대한 회계 감사, 제증명 발급, 권한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구축돼 있다는 전언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제도 변화에 따라 가상자산 분야의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강화하고 법인·기관고객 대상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가상자산 관련 TF팀을 발촉하기도 했다. 모바일 앱 내 가상자산 정보 페이지, 코빗 보유자산 현황 및 가상자산 시세확인 등의 메뉴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코빗과 신규 가입 프로세스 개선, 협업 마케팅을 추진하고 법인 가상자산 시장 허용 움직임에 따라 법인 전용 서비스를 구축해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나, 업비트와 인증서 제휴…우리 “법인 계좌 개설 지원 예정”=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가상자산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진 않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에서 하나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추가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법인 투자 허용 발표에 따라 비트고 코리아의 조속한 영업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시장 관련 규제 방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 등과 협업해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계좌 개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케이뱅크와의 제휴 계약이 종료되는 업비트와 손을 잡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법인계좌 도입에 따라 금융위가 가이드라인과 내부 통제기준을 수립할 때 은행연합회와 협조해 제도 수립을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법인고객의 계좌 개설을 지원할 예정이며 비댁스와는 향후 도입 논의 중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협력방안을 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으로서는 2018년부터 제휴 관계를 이어왔던 빗썸과의 계약 종료 후 가상자산 관련 사업 확대에 대해서는 지속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이와 별개로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에는 속도를 낸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블록체인 기능 및 분산원장 구축을 상용화 수준으로 완료하고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