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너라, 먹고 놀자” 남원 흥과 멋에 건강 미식을 더하다[함영훈의 멋·맛·쉼]

지리산 미식 ‘트레인스토랑’ 올봄 발진
K-버크샤·하몽, 장어더덕구이로 충전
광한루원,미술관,민속국악원도 식후경
진본 남원추어탕·매운탕에 다슬기탕 일품


K-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 남원 서도역


2월 하순 남원 몽심재 고택의 나무에 새 봄 새 순이 돋고 있다.


[헤럴드경제(남원)=함영훈 기자] 예로 부터 건강미식은 산과 강, 들녘이 파란만장하게 조화를 이루고, 다양한 물산의 교류가 많은 곳에 있었다.

남원은 백두대간 호남 정맥의 거점인 지리산이 굳센 정기로 굽어보고, 신라 이후 당상관이 이끌던 광역단체(남원경,도호부,남원부)의 중심지였기에 경제·문화·지방정치 교류가 활발하던 곳이었다.

지리산·교룡산·천마산·풍악산·대성산·약산 사이로, 섬진강·요천·남천·구원릉천·신흥천·궁동천이 대지를 적시며, 남원 흑돼지, 꿀, 더덕, 지리산메뚜기쌀, 섬진강쌀, 파프리카, 다슬기, 허리 힘 좋은 민물고기 등을 건강하게 키워준다.

서편제와 조응하는 국악 ‘동편제’와 춘향-이도령 러브스토리의 고향인 남원이 흥과 멋을 넘어, 건강한 미식 백화점 ‘맛’의 진면목 까지 꺼내보이고 있다.

봄이 오면 부활할 미술+음악 컬래버, 남원 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의 국립민속국악원 공연


웅장한 ‘동편제’ 국악의 고향 답게 소리 자랑은 했어도, 그간 음식 자랑을 하지 않았지만, 청정 식재료를 바탕으로 오랜 전통을 전수받은 장인들의 솜씨가 건재하고, 청년 셰프·파티셰·바리스타들의 스마트한 창의력과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미식도시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남원의 ‘K-버크셔’(수출명 Berkshire-K)는 스페인이 경계할 만한 발효육 슬라이스 ‘K-하몽’을 빚어냈으며, 남원추어탕은 여행자들에게 한뚝배기 만으로 강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리 오너라, 먹고 놀자.” 2~3월 남원 미식체험 여행의 붐업이 시작되고, 4월 말부터 미식 열차 패키지 ‘트레인스토랑’이 서울과 남원을 오갈 예정이다.

남원 더찹샵 한국형 하몽


남원 청룡가 섬진강 메기매운탕


남원 카페 노슈가의 현미쌀빵


남원 맑은뜰 다술기해장국 ‘아욱’버전


“스페인 비켜라” 한국에 고품질 하몽 있다


한국형 건강 돼지를 개발한 농학박사 박화춘 선생은 남원 운봉 출신이다. 그는 20여년 전 낙향해 영국산 버크셔 순종에 한국에서 가장 건강한 돼지의 DNA를 결합, 흑돼지 ‘K-버크셔’를 육성했다. 네발 끝과 코, 꼬리끝 만 흰색이라 생김새도 매력적이다.

남원 흑돼지는 치밀한 연구개발로 탄생되어 로스하면 잡내 없이 담백하고 고소하며, 쫀득,쫄깃한 식감의 국내 최고 한돈구이 맛을 선사한다.

켄싱턴리조트에서 요천을 건너면 쌍교동 맛집 거리가 있는데, ‘소문난 오돌뼈’에선 독특한 식감의 양념오돌갈비, 쫄깃한 비계 맛이 특징인 덜미살 등 다양한 부위를 내어놓는다. 일반 한돈에서 맛보기 힘든 흑돼지 덜미살은 부드러운 식감에 진한 풍미로 돼지고기 요리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K-버크셔의 놀라운 매력은 K-하몽에 있다. 수개월 발효한 돼지고기를 샤퀴테리(Charcuterie:햄,소시지,하몽 등 육가공품을 뜻하는 프랑스어)라 부른다. 지리산 자락 운봉면 동편제 마을에 위치한 ‘더찹샵’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흑돼지 전문 샤퀴테리아(육가공장)이다.

‘더찹샵’과 1만3000두를 키우는 지리산 농장은 박화춘 박사의 두 아들, 자연·정원씨가 각각 운영중이다. “아버지가 개발하고 동생이 키운 돼지, 형이 맛있게 공급한다”고 박자연 더찹샵 대표는 정리한다. 더찹샵에선 K-하몽 등을 여행자들이 구입하고, 소시지 및 살라미 제조 체험을 할 수 있다.

더찹샵 박자연 대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넓적다리 하몽을 비롯해 생햄 잠봉, 살라미, 초리조, 소시송 등 다양한 샤퀴테리를 만들어 낸다. 신세계, 매일유업, 무인양품, 조선호텔, 하얏트호텔 등에 납품하고, 홍콩 등지에 수출한다.

K-하몽은 스페인 것 보다 고소하고 염도는 낮으며, K-살라미는 피스타치오를 넣고 좀더 두툼하게 만들어, 씹는 식감, 견과류와의 조화로운 풍미을 더한다.

추어탕·구운장어-생더덕·메기탕 원기 충전


서울, 부산, 대전, 원주 전국 곳곳에 남원추어탕 간판이 있는 것은 남원이 추어탕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남원 지리산-섬진강 민물고기는 전국 최고의 남원추어탕을 빚어냈다. 지리산 맑은 물 머금은 계단식 논 역시 건강한 미꾸리의 터전이다.

미꾸리를 갈아 된장을 풀고 들깨가루를 넣은 육수에 아삭한 시래기를 듬뿍 넣고 팔팔 끓여내는 것이 남원식이다. 추어탕은 도심 요천 변에 커다란 미꾸라지 캐릭터를 세워놓은 전문 식당가가 있고, 산골 구석구석에서도 만난다.

도심 샐러리맨들이 즐겨찾는 죽항동 황토식당의 추어탕은 진국에 시래기를 가득 넣어 뻑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국물이 모자라면 더 주니 후한 인심이 맛을 더한다.

남원 식정동엔 더덕 장어 거리가 있다. 소금구이나 양념구이와는 다르다. 고추장 베이스 소스 장어를 돌판에 구워내고 그 위에 생더덕을 한가득 썰어 덮어준다. 부드럽고 기름진 장어맛을 싱싱한 생더덕채가 잡아준다.

요천 변에 청룡집, 청룡가, 해용집, 삼포가든 등 노포들이 장어요리 아케이드를 이룬다. 청룡집은 부드러운 양념맛, 해용집은 맵고 칼칼한 맛으로 유명하다.

청룡집의 원조 플래그쉽 메뉴인 메기매운탕은 탱글탱글 육질이 매콤 양념에 버무려져 이른 봄 온기를 불어넣는다. 깻가루와 된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우거지와 시래기를 듬뿍 넣는다. 팔팔 끓는 소리 경쾌하고, 목 넘김 뒤엔 “시원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MZ감성 남원 빵지순례와 미안카페


다슬기탕은 남원산이 순도 100% 자연산이다. 올갱이(충북), 골부리(안동), 고디(대구), 대사리(전남)로 불리는 다슬기는 간 해독성분이 있어, 탕으로 해장한다.

부추와의 조화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지만, 남원식은 통통한 다슬기를 맑게 끓여내는 방식, 아욱을 넣어 다슬기와의 조화를 도모하는 방식, 두가지가 있다.

남원 금동의 ‘맑은뜰’엔 다슬기탕 2종 외에, 다슬기전, 장조림, 다슬기 닭백숙, 다슬기 오리전골도 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베이커리가 남원에 참 많다. 남원의 베이커리카페에서 전문 파티셰들이 직접 만든 빵을 향긋한 차와 함께 맛보며 웨스턴 스타일의 여유를 즐긴다.

농협창고 건물을 현대식으로 리뉴얼해 베이커리 카페로 변신한 카페 노슈가는 2023년 행안부 농촌살리기 공모사업으로 조성한 곳으로, 직접 구워 만드는 다양한 빵 맛이 좋아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속편한 건강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설탕을 쓰지 않는다는 철학은 상호에 대놓고 써놨다. 쌀스틱빵과 현미초콜릿빵, 소금빵, 마들렌, 쌀식빵 등 다양한 빵, 커피, 차, 에이드, 주스를 마신다.

떠날때 들르는 남원역 인근 ‘카페 미드 슬로프’는 얕으막한 구릉지에 꼭대기에 자리 잡아, 가까이는 도시와 전원 풍경을, 멀리는 지리산을 구경할수 있는 곳이다. 근사한 통유리 건물 꼭대기엔 전망대가 있고, 앞마당엔 잔디밭 야외 테이블이 배치돼 있다.

실내에서든 실외에서든 커피와 차, 백향과(패션프루트) 에이드, 젤라토 등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긴다.

천국을 형상화한 광한루원, 서도역 션샤인


남원에는 전통문화예술과 모던 아트가 공존한다. 국립민속국악원, 우주를 형상화한 국내 대표정원 광한루원이 헤리티지를 담당하고, 어린이·청년 예술가도 키우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과 지리산 허브밸리가 모던아트를 책임진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미안카페


서도역 배경 ‘미스터션샤인’ 장면


남원 요천벚꽃길 야경


김병종 미술관에선 ‘여행’을 테마로 한 ‘낯익은 도시, 낯선 이야기’ 특별전이 오는 4월13일까지 열리며, 미술관 안(미안) 맛있어서 미안하다는 ‘미안카페’에선 도서관 같이 꾸민 다방에서 남원식,서양식 디저트와 음료를 다채롭게 즐긴다.

이밖에, 미스터션샤인 등 K-드라마·영화 단골촬영지 서도역, 지리산 뱀사골과 3월부터 개방하는 청령치, 개성 넘치는 조선후기 건축물 몽심재 고택, 신라이후 군사요새였던 교룡산성, 근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혼불’문학관, 요즘 생활상을 엿보는 춘향골 공설시장 등 ‘느낌이 있는’ 여행지들이 남원에 많다.

청사초롱 불 밝힌 요천벚꽃길은 사시사철 수려한 야경을 뽐내는데, 다가오는 봄은 금상첨화. 남원 미식 식후경하기에 최적의 산책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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