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우선 외교 목표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이 마무리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이 24일 전망했다.

정 센터장은 트럼프 2기 출범 1개월을 맞은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종전협상이 마무리되면 북미 대화는 올해도, 내년도 가능하다”면서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지목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을 얻어내는 대가로 주한미군 부분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의 카드를 꺼내 북한의 호응을 얻어낼 것으로 예상됐다.

또 우크라이나가 종전협상에서 ‘패싱’ 당하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 “미국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북한의 대화 상대가 되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에 대해서는 “미국, 유럽, 한국, 북한 등 많은 국가들이 참여한 국제전으로 비화됐다”며 “한국행을 희망한 포로는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오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실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우리 국익에도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다음은 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는 어떤 노림수가 있나.

▶북한은 러시아 파병으로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판단한 것 같다. 병사들의 희생이 불가피하지만, 첨단 드론 등이 투입되는 현대전 실전 경험을 쌓고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이나 원자력추진잠수함 등의 기술을 전수받고자 할 것이다. 상당한 외화도 벌어들일 것이다. 북한군이 사망하면 더 큰 보상을 받을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 북한이 군을 파병해 도움을 줬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한이 전쟁하게 되면 러시아가 북한을 적극 돕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군 포로 중 한국행을 희망한 이들이 있다. 이들 수용의 득실은?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온다면 한국은 북한군 실태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국익에도 부합한다. 북한은 자국 포로 수용에 반대하겠지만,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포로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못할 것이다.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북한군 포로는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한국으로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

-북미 대화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우크라 전쟁 종전이 가장 중요하다. 종전이 되면 올해도, 내년도 가능하다. 트럼프는 1기 때 경험으로 2기 들어 모든 사안을 속도전으로 해결하고 있다. 우크라 종전협상도 수개월 안에 끝날 수 있다.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해 이를 계기로 판문점이나 평양으로 갈 수도 있다. 방문이 성사되면 북한도 큰 외교적 성과로 여길 거다. 북한은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부터 내년 1월 9차 당대회를 전후로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한 7차 핵실험이나 ICBM을 포함한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해 회담 일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북미 대화에서 어떤 결과가 예상되나.

▶주한미군의 부분적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예측할 수 있다.

-김정은은 뭘 양보하나.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동결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목표로 하는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한다면 미국도 일단 안심할 수 있다.

-미국도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미국에게도 득이 되는 ‘딜’이다. 미국의 MD 체계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요격률이 과거 50~60% 수준에서 현재 75%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80~90% 수준까지 강화할 계획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면 미국은 MD체계를 강화할 시간을 벌게 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한국이 북미대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남측이 김정은의 셈법을 바꿀 수 없으면 북미대화에 낄 수 없다. 김정은은 트럼프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한국은 핵무기가 없으니 북한의 대화 상대가 못 된다고 했다. 북한은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정책화했다. 북한의 셈법이 바뀌지 않으면 남북대화는 불가능하다.

-김정은의 셈법을 어떻게 바꾸나.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핵무장하면 국제사회가 이를 동시에 제재할 수 없고, 동북아 6개국(미·중·러·남·북·일)의 핵균형이 이뤄진다. 북한은 한국을 무시할 수 없고, 중국은 일본이 견제한다. 북한은 핵군비경쟁 중단을 위해 남북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또 북한 비핵화 없이도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가 가능해진다.

-현재 한국의 핵능력 수준은?

▶현재 국내에 핵연료재처리 시설이 없어 초보적 핵무기 제조에 최소 1년은 걸린다. 소규모 핵연료재처리 시설 건립에 5~6개월 걸린다. 여기서 2개월에 핵무기 1개 제조 가능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방산 강국, 원자력 기술 강국으로서 기폭장치나 원자력 시설 운용 등의 능력은 이미 갖추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핵무장을 허용하면 한국은 어떤 보상을 할 수 있나.

▶미국은 ‘각 나라가 자기 안보를 책임져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라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만 유사시 한국이 군대를 파견하지 못해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한국의 선박제조 능력은 세계적이다. 파손되거나 수리가 필요한 미 항공모함을 한국에서 무상 수리해준다고 약속한다면 미국은 실질적인 매우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게 된다. 미군 부상병 치료도 한국이 무상으로 지원해준다면 미국이 반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