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저수지 속으로 깊게 가라앉을 뻔했던 이른바 ‘고령 못골 저수지 살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의 범인인 남편이 심신미약이 인정돼 12년형을 선고받아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에서는 2009년 5월8일 고령 못골 저수지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고령경찰서 지능 범죄수사팀 김경준 경위, 울릉경찰서 형사팀장 박재홍 경위가 출연해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못골 저수지에서 낚시를 즐기던 낚시꾼은 물가에 놓여있던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낚시꾼은 2주 전부터 저수지에 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 썩는 냄새가 점점 심하게 나자 가방 모서리를 살짝 찢어봤다가 바로 신고했다.
형사 4명이 겨우 끌어올린 가방에는 9.2㎏의 돌과 빨간 누비이불로 감싼 나체 상태의 여성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또 시신의 얼굴엔 여성 속옷이 씌워져 있었다. 팔과 다리는 긴 목도리로 결박돼 있었고, 목까지 끌어당겨 잔뜩 웅크린 자세를 하고 있었다.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였다. 형사는 시신에 대한 성범죄 흔적은 없었으나, 3·4번 우늑골 골절로 보아 무차별 폭행 후 목을 졸려 살해 당한 것으로 진단했다.
다행히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는 대구에 거주하던 40대 여성이었다. 다만 실종신고 조차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피해자는 20년 전 이혼한 뒤 가족과 연을 끊고 살다가 사건 발생 6년 전 재혼했다. 재혼 상대는 4세 연하의 남성으로,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로 동거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5개월 전인 2008년 12월20일 피해자는 남편과 말도 없이 짐을 빼고 사라졌다고 한다. 아내 명의로 된 차량을 추적한 결과, 이사한 그 무렵에 과속으로 딱지 끊긴 흔적이 발견됐다. 납부자는 바로 수사팀이 찾고 있던 남편이었다.
남편은 2009년 1월에 아내 명의인 자동차를 중고차 딜러에게 넘기며 “아내가 실종됐다”고 말했고, 당시 자동차 바퀴에 진흙이 잔뜩 묻어 있는 것을 두고는 “낚시를 자주 다닌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편은 또 집을 비웠던 12월에 재활용센터에 전화해 “수저 두 벌까지 싹 다 남기지 말고 가져가라”고 지시했다. 잠시 동업했던 친구에게는 뺨이 긁힌 채 나타나 “아내가 집을 나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범인은 남편이었다.
남편은 폭력, 강도상해, 특수 강도 등 여러 건의 강력 범죄 전과를 가진 전과자로, 사망한 아내의 신용카드를 몰래 사용해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기록도 있었다.
아내의 금융거래 내역을 보니, 남편은 아주 적은 금액도 아내 카드로 긁는 등 아내에게 의지해 마치 ‘기생충’ 같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남편의 주변인은 대부분 그가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를 살해한 직후에도 새로운 여성을 찾아 또 다시 기생하고 있었다.
체포된 남편은 “죽인 건 맞는 것 같은데, 전날 술을 마셔서 어쩌다 죽인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그는 또 “다음 날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와 보니 아내가 움직이지 않았다. 아내 목엔 손자국이 나 있고, 내 뺨에 손톱자국이 있길래 ‘내가 죽였구나’ 싶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아내가 평소 능력이 없는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살인과 시체유기로 기소된 남편은 잔인한 범행 수법에도 음주 및 심신미약 등이 인정되면서 12년형을 선고받았다.
범행 전 남편이 아내의 전화에 총 4회 응답하지 않은 기록과 술집에서 동틀 때까지 음주하고 술값도 내지 않고 사라진 점 등이 양형 사유로 받아 들여졌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