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장관 격정 토로…헌재 향해 “도저히 납득 못해” [세상&]

박성재(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탄핵안을 각하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헌법재판소가 본안 심리를 위해 국회 측이 요청한 자료 확보에 나서겠다고 하자 ‘재판 지연’ 의도라며 “납득할 수 없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께부터 박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1차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헌재는 추가 변론준비기일 없이 곧바로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박 장관 탄핵 심판 일정은 추후 지정할 예정이다. 박 장관 탄핵 소추안은 크게 ▷내란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2가지를 탄핵 소추 사유로 삼는다.

먼저 먼저 국회는 박 장관이 12·3 비상계엄에 가담해 내란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해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했고, 국회의원 불법 감금을 위해 다음 날인 12월 4일 새벽 1시께 서울 동부구치소에 구금시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어 같은 날 밤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과 만나 내란 행위 후속 조치를 논했다는 주장이다.

박 장관의 비상계엄 이전 행적도 문제 삼았다. 2024년 8월 김영철 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 소추 사건 청문회를 위해 국회가 법무부에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차장검사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파견 당시 핵심 증인에게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의혹 때문이다. 국회가 확인하기 위해 ‘장시호 서울구치소 출정기록’을 요구하자 법무부는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또 지난 12월 7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진행 와중에 퇴장한 것도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 측은 ‘탄핵 소추권 남용’이라며 ‘각하’를 통해 헌재가 국회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에 대한 심리 없이 재판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박 장관을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계엄 선포가 곧 내란이고 이를 막지 못한 것이 내란의 공모·동조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해제된 이후 식사 자리가 어떻게 2차 비상계엄 모의이며 내란 행위가 될 수 있는가”라며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에 대해 각하 결정으로 강력한 철퇴를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탄핵 소추 사유가 사실적·법리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 심리 없이 탄핵 심판을 마쳐야 한다는 취지다.

박 장관 측은 신속 재판도 강조했다.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으로 법무부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취지다.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등 사건 증거기록’ 확보를 결정해서다. 지난 19일 국회 측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로부터 해당 자료를 확보해달라며 기록인증등본 송부촉탁을 신청했는데, 헌재가 이를 받아들였다.

김 변호사는 “박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 유무죄를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며 “절차 지연 목적이 분명해 (신청을)기각해야 한다”고 했다. 통상 헌재가 수사기관에 기록을 요청하고 회신이 오는데 일주일가량이 걸리고, 당사자들이 이를 복사·발췌해 헌재에 증거로 제출하는 데에 추가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회 측 대리인은 “내란죄 관련 자료 중 피청구인(박성재 장관)이 관련된 행위만 보겠다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정계선 헌법재판관이 국회 측의 손을 들자 박 장관이 직접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박 장관과 관련자들이 국회에서 12월 3일 비상계엄 직전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모인 자리, 12월 4일 밤 삼청동 안가 회동 등에 대해 증언했는데 굳이 수사기록까지 살펴볼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박 장관은 “상당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국회 본회의, 상임위원회, 국정 조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선서·증언한 내용이 있다”며 “대체 내란 (관련해) 무엇을 했다는 것이냐. 무엇을 해서 내란에 공모·동조했다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관련자들의 국회 진술 내용은 대국민 전체 앞에서 선서하고 증언한 내용이다. 이걸 두고 무엇을 더 끄집어내야 한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70일이 넘게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변론준비기일을 앞두고 증거 신청을 하는데 소송 지연 목적이 아니면 무엇이냐”고도 했다. 정 재판관이 “이 사건 심리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채택하겠다”고 답하자 박 장관은 다시 한번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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