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외인 이탈 우려↑
성장 vs 환율 최적금리논쟁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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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은 25일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 내수 부양에 나서지 않으면 자칫 경기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짙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당분간 금리 인하를 멈출 가능성이 크다. 한국 홀로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고, 결국 고환율을 당분간 계속 감내해야 한다. 통화당국 입장에선 성장률과 환율 사이 절묘한 최적 금리를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떨어졌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 주요 기관에서 이 정도로 낮은 전망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E는 “정치적 위기와 부동산 섹터의 침체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보는 성장률 전망치도 상황이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IB 8곳 전망치 평균은 지난해 12월 말 평균 1.7%에서 올해 1월 말 1.6%로 0.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JP모건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3분기 수출 감소가 확인되며 ‘피크아웃’에 대한 확신이 섰고, 이후 비상계엄과 미국 신정부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살아날 동력을 크게 잃었다.
한국은행이 바라보는 성장률 전망치도 크게 낮아졌다. 한은은 지난달 블로그를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범위를 1.6~1.7%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는 1.9%였다.
1월은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달이 아니지만, 경제가 워낙 급격하게 악화하자 이례적으로 블로그를 통해 기존 전망을 조정했다. 25일 발표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이를 반영해 1.6% 안팎의 성장률 제시가 예정됐다.
이에 시장은 2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가 하루가 멀다고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단 분석이다. 특히 시장은 환율을 고려하다 자칫 우리나라가 장기 저성장 터널에 갇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1월에는 외환에 대한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번에는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며 2월 기준금리가 현행 연 3.00%에서 연 2.75%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키움증권 등 다수 국내외 기관도 2월 금리 인하 재개를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고환율로 인한 비용 문제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2월 금리는 경기를 생각해 내려야 한다고 본다”며 “건설 경기를 중심으로 내수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뒤다. 2월 금리 인하는 성장률 전망치 하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지만, 이후엔 다시 상황을 살펴야 한다.
일단 미국과의 금리차가 커진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00%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인 4.50% 대비 1.50%포인트나 낮다. 그런데 2월 금리가 인하되면 이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외환시장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확인이 필요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장에선 우리나라가 경기 둔화에 대응하려면 연내 4차례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예상보다 큰 수출에 대한 관세 압박과 지속적인 내수 부진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최종적으로 연 2.0%까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연내 금리 인하가 1회 이하로 진행된다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는 1회 인하 전망이 더 많지만,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점화되면 연내 동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지난 1월 회의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금리를 더 낮추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확실해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계획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연준 위원들은 “경제가 최대 고용 수준에 근접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금리 목표 범위를 추가로 조정하기 전에 물가 상승률이 지금보다 목표치에 가깝게 진전되기를 원한다”며 “신중한 접근 방식”을 강조했다.
몇몇 위원들은 트럼프 정부의 재정·무역 정책을 “고려 사항의 변수”로 삼아야 한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관세 부과 명령이 근본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지를 살피겠단 것이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도 없다는 얘기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멈추고 우리나라가 금리를 계속 내리게 되면 양국 간 금리 격차는 최대 1.0%포인트 더 벌어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금리가 2.5%포인트나 더 낮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결국 통화당국 입장에선 성장률과 환율 둘 다 놓치지 않을 최적의 수를 연내 계속 찾아야 한다. 기준금리라는 큰 도구 하나를 가지고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과제가 놓인 셈이다. 국민연금 환 헤지, 외환스와프 등으로 환율 안정을 꾀하는 것과 같은 추가 대책을 더 적극적으로 동원해야 할 수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데, 우리나라만 내릴 경우엔 매우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며 “미국은 계속 동결할 것 같고, 지금 올린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그러면 환율이 매우 불안한 상태가 될 것이고, 자본도 크게 유출되면서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