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국힘 지지율, 일주일 새 10%p 하락
‘정권교체·탄핵찬성’ 중도층 응답 상승
안철수 “민주당은 중도 공략 열 올리는데”
권성동 “현 단계서 평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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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상승세를 탔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고점을 찍고 하락했다. ‘반탄(탄핵 반대)’ 선두 주자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선주자 지지율도 꺾였다. 이탈이 두드러진 건 중도층이다. 가시권에 들어온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과 함께 조기대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5%포인트(p) 하락한 34%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 2%p 오른 40%다.
한국갤럽은 “올해 들어 총선·대선 직전만큼 열띤 백중세였던 양대 정당 구도에 나타난 모종의 균열”이라며 현 여권에 대한 중도층 이탈을 주목했다. 직전 조사에서 32%였던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 응답은 이번 조사에서 22%로 내렸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약간 있다(42%→35%)’, ‘관심이 별로 없다(37%→26%)’ 응답층에서도 하락이 감지됐다.
중도 이탈 현상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주와 같은 34%로 조사된 반면, 김문수 장관은 3%p 내린 9%로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김 장관에 대한 중도층의 선호 응답은 같은 기간 10%에서 5%로 하락했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기대하는 중도층 응답도 54%에서 62%로 높아졌고,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층 응답은 60%에서 69%로 크게 올랐다.
이탈 현상을 놓고선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여권 잠룡들까지 거론되는 ‘명태균 의혹’, 탄핵 반대 주장에 대한 피로감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된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 따른 보수 과표집 현상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여론조사가) 민심에 가까워지는 과정에 들어갔다고 본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도층에 대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탄 당심에만 치우친 국민의힘을 향한 경고는 앞서 나온 바 있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미나의 연사로 오른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하는 이유는 ‘찬탄(탄핵 찬성)’ 여론이 60% 가까이 나온다는 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전략이 세워질 수 없다”고 현장에 참석한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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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찬탄(탄핵 찬성) 진영에서도 연일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선의 안철수 의원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 통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조기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안 의원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도층 이탈이) 제가 제일 우려했던 부분”이라며 “우리 당 입장에서 보면 중도층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지지를 호소하거나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은 중도층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앞서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이 돼서 (대통령) 파면이 되면 두 달 안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될 거 아닙니까”라며 “그때 가서 입장을 바꾸면 국민들께서 그걸 납득을 해 주시겠냐”라고 지도부의 전략 선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는 26일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간을 기점으로 재등판을 예고한 한동훈 전 대표도 중도 민심을 얻기 위한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친한계에서는 이번 저서에 대한 높은 관심을 중도층의 반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박상수 전 대변인은 23일 높은 판매량을 언급하며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만 지도부는 즉각적인 대응엔 선을 긋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표에 대해 저희가 인정하고 겸허히 수용하는 바”라면서도 “한 번의 여론조사로 어떤 추세를 지금 단계에서 평가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의 회견 메시지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대통령 체포영장 신청 절차 및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뤘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이 시점에서 여론조사 갖고 중도층이 빠져나갔다, 들어왔다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섣부르다”며 “우리 당으로선 그렇게 돼선 안 되겠지만, 탄핵이 인용될 시의 상황과 대통령이 혹시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가 하는 부분에 따라 (여론 추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