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전면충돌은 피했지만 ‘강대강 대립’ 여전
“장기화 땐 다른 산업군까지 연쇄 생산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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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내 일부 핵심 공정에 대해 창사 이래 첫 ‘부분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단행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이달 말 예고했던 총파업을 일단 보류하면서 양측이 일촉즉발 상황은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놓고 노사가 신경전을 이어가며 강대강 대립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산업군의 연쇄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트럼프 리스크’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경제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 5개 지회(인천·당진·순천·포항·하이스코)는 전날 확대간부회의 및 결의대회를 열고 오는 26일과 27일로 예고했던 총파업을 일단 보류하고, 내달 초 지회장 회의를 통해 다시 총파업 일정을 결의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현행 부분파업 기조는 유지하면서 사측이 직장폐쇄를 장기화할 경우 총파업으로 응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내부적으로 법적검토를 충분히 하고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측이 부분 직장폐쇄 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은 만큼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갈등이 계속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 사측은 교섭을 마무리짓기 위해 최근 생활안정 지원금과 독려금, 기본급 1인당 2650만원(기본급 450%+현금 1000만원)에 이르는 성과급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한 달째 총파업과 부분·일시파업을 반복했다.
현대제철 측은 “반복된 파업으로 이달 들어서만 냉연강판 27만톤을 생산하지 못했다”면서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불가해짐에 따라 막대한 지장이 초래돼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피해금액도 2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의 요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맞춰져 있다. 이들이 받은 1인당 4500만원(기본급 500%+현금 1800만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퇴직자가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살 때 20%를 할인해달라는 요구도 추가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 3144억원)이 전년(7983억원)보다 60% 줄어든 만큼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별도 기준으로 산정하면 회사 측 제시안으로 성과급을 준다고 해도 473억원 흑자에서 650억원 적자로 전환한다는 설명이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계에 대한 연쇄 타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이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한 공정은 상공정에 해당하는 산세압연설비(PL/TCM) 파트다. 열연강판을 염산으로 세척하고 압연기로 두께를 줄이는 핵심 공정으로, 이 공정이 막히면 후속 작업까지 함께 멈춰서게 된다. 하루 1만8000톤에 이르는 당진제철소의 냉연강판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것이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재고 물량으로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겠지만 직장폐쇄 기간이 길어길 경우 현대제철 냉연강판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비롯해 가전과 전자부품 등 국내 주력 산업에서 잇따라 생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4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울산 1공장에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코나EV의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으로 인한 내수 부진과 주문량 감소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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