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추경은 추경, 연금은 연금” 반대
‘자동조정장치-소득대체율’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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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사진 왼쪽)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이 거대 야당을 상대로 연금개혁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연계한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연금개혁의 한 축인 국민연금 모수개혁과 관련해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다수 의석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2월 말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모수개혁 협상의 쟁점은 ‘자동조정장치’와 ‘소득대체율’로, 이르면 이번주 중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2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안 이슈가 된 연금법 부분 의제를 먼저 합의 처리하고 난 다음 추경을 본격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편성권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당이 주도권을 쥔 추경을 연금개혁의 협상카드로 꺼낸 것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번엔 반도체특별법과 추경을 연계하더니, 이젠 그것도 모자라서 연금개혁과도 추경을 연계하겠다는 것”이라며 “추경은 추경, 연금은 연금”이라고 반박했다.
진 의장은 “국정협의회에서 국회와 정부는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고 사실상 추경 실시에 합의했다”며 “지도부가 합의한 대로 추경 시기와 규모, 세부 내역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에 즉각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추경을 연금개혁과 연계하고 나선 배경에는 민주당의 모수개혁 ‘단독 처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셈법이 있다. 관련법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3선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보건복지위 소관으로,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직권으로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시켜 민주당 주도로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박 위원장이 이달 초 입장문에서 “만약 국민의힘이 법안 심사를 지연시키려 한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심사해 처리하려 한다”고 단독 처리 가능성을 암시한 데 이어, 진 의장도 전날 “소득대체율 1%포인트(p) 차이로 도무지 진전이 안 된다. 그 정도 차이라면 (야당 주도로) 단독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정부의 소득대체율(42%) 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야당안(43~44%)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에서 도입을 주장한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수급액을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과 연동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소득대체율 합의’ 및 ‘국회 승인’ 등 절차 협의를 전제로 자동조정장치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야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당 측으로 참석하는 ‘3+3 실무협의’를 24일부터 가동해 세부 조율에 들어갔다. 실무협의에서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한 합의안이 마련될 경우, 각 당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빠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연금을 받아가는 사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 구조로써 미래 세대, 청년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에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 제시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며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개혁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 의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면서 내놓은 것이 이른바 자동조정장치다. 한마디로 연금 자동삭감 장치”라고 지적했다. 진 의장은 “민주당은 일관되게 반대했으나 정부가 진전된 입장, 국회 승인을 조건으로 시행한다는 것인 만큼 논의에서 배제하진 않겠다”면서도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에서 논의하면 되는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