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고향 신안 ‘천사 조각상’ 작가, 사기꾼이었다…작품 존치도 갈림길

학력·경력 속여 19억 받고 조각상 등 총 321점 납품·미술관 설치
“사기꾼 작품 누가 보러 오겠냐” vs “관광객 분명히 있어”

하의도에 설치된 천사상 조각상 [신안군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인 전남 신안 하의도에 설치된 ‘천사상 조각상’을 납품한 조각가가 학력과 경력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신안군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2부는 지난 20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을 세계적인 조각가인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챘다”고 했다.

함께 기소된 경북 청도군 사건과 달리 신안군과 관련해서는 “경력을 속인 것은 맞지만 사기 고의가 있다고 보기는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안군은 천사상 표지석을 철거한 데 이어 철거 여부를 고민 중이다.

A씨는 지난 2018년 자신이 파리 7대학 교수,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 조각가 등의 이력을 가졌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신안군에 접근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를 ‘평화의 섬, 천사의 섬’으로 조성하겠다며 조각상 설치를 제안했다.

군은 여러 언론에 A씨가 전쟁고아, 화려한 파리 학력, 비엔날레 출품, 유명 화가 애제자 등으로 소개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2018년부터 2년 동안 하의도 등 일대에 천사상 조각상 318점과 다른 조형물 3점 등 총 321점을 납품했다.

2019년에는 ‘울타리 없는 천사상 미술관’도 문을 열었다.

A씨는 이 사업을 펼치면서 군으로부터 19억여 원을 받았다.

군은 A씨의 학력과 경력이 허위로 드러남에 따라 지난해 조각상 설치 경위를 설명한 표지석을 철거하고 안내문에서도 A씨의 이력을 삭제했다.

A씨가 설치한 조각상은 필리핀과 중국의 조각 공원에서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신안군민 사이에선 조각상 존치 여부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군민 김모씨는 “사기꾼이 제작한 작품을 누가 보러 오겠냐”며 “비용이 들더라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 박모씨는 “조각상은 지역 내 관광자원 중 하나인 미술품으로 그대로 둬야 한다”며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안군은 일단 검찰 항소 여부 등을 지켜보고 여론을 더 수렴해 존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A씨의 경력을 높이 사 조각상을 설치한 것이 아니고 설치품 자체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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