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 정당, 총선 2위 돌풍에도 연정 힘든 이유 [디브리핑]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총선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가 첫 출구조사 후 지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을 큰 폭으로 제치고 제1당을 차지하면서 3년여 만에 독일에 다시 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299개 선거구 정당투표에서 CDU가 22.6%, CSU는 6.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득표율 20.8%로 뒤를 이었고 집권 SPD는 16.4%로 제3당으로 전락했다.

극우 AfD 총선거에서 2위 기세…불황·난민 증가로 지지율↑


최근 몇년 동안 급성장한 AfD는경제난과 잇단 난민 흉악범죄에 지친 민심을 적극 공략해 2013년 창당 이후 득표율(20.8%)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총선 때 10.4%에서 배로 뛴 득표율로 제2당을 차지했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역사적 승리”라며 “우리는 CDU와 연정 협상에 열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치적 변화도 불가능하다”며 연정에 참여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나치 역사로 극우 정치 금기시…극우 정당 연정 파트너 힘들어


하지만 나치 역사로 인해 극우 정치가 금기시되는 독일 정계에서 사실상 버림받은 존재였던 AfD가 CDU·CSU 연합의 연정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일 정당들은 AfD가 민주주의를 해친다며 연정 구성을 비롯한 모든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그간 유럽 정당들은 암묵적으로 극우 세력과의 연대를 금기시하는 ‘완충지대(cordon sanitaire)’를 뒀다.

독일 정부는 AfD의 일부 지부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분류했으며 이는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파시스트 활동과의 연계 때문이었다. 실제로 일부 AfD 지도자들은 나치 시절을 미화하는 발언을 하거나 나치 구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AfD가 독일에서 가장 큰 야당 세력이 되는 데 탄력을 줬다고 WP(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보도했다. AfD가 예상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독일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집권 연정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바이델 AfD 공동 대표는 이날 승리를 자축하며 TV방송에서 메르츠의 승리가 결국 ‘피로스 승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로스 승리는 고대 그리스 전쟁으로, 이겼으나 손해뿐인 승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승리하긴 했지만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바이델 대표는 메르츠가 사회민주당이나 녹색당과 연합한다면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라고 조롱했다. 또한 그는 기독민주당이 AfD의 극우 강령을 따라 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메르츠가 이끄는) 불안정한 정부는 결코 4년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연합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독일은 오랜 기간 난민 흉악범죄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 정부의 이민 관리 실패가 부각되자 CDU·CSU 연합은 집권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해 불법 이민을 원천 봉쇄하겠다며 초강경 난민대책을 예고했다. 이는 AfD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 정책으로 이민 문제에 있어선 정통 우파와 극우 세력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기성 정치권 간 연정, 포퓰리즘 기름 부을 수도”


WP는 “메르츠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옵션은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 간의 ‘대연정’을 부활시키는 것이지만 이는 정치에 환멸을 느낀 독일 국민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극우 또는 극좌 정당에 대거 투표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성 정치끼리의 연정이 새롭게 부상한 극우 정당에 더욱 힘을 싣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제시카 베를린 선임연구원은 선거 전 브리핑에서 “불안정한 기성 정치권의 연정은 AfD의 포퓰리즘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또 다시 대연정이 구성된다면, 이번에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 이후 독일 최대 유대인 단체인 유대인 중앙위원회 요세프 슈스터 회장은 독일 언론 디 벨트(Die Wel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유권자의 5분의 1이 극우 성향을 가진 정당에 투표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걱정하게 만든다. 이 정당은 공개적으로 극우 급진주의와 네오나치즘과 언어적·이념적 연계를 추구하며, 사람들의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AfD의 약진이 이 정당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기존 연정의 실패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것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럽이사회의 제레미 클리프 선임연구원은 AfD의 부상에 대해 “AfD가 이런 정치적 흐름을 만들어낸 공로는 거의 없다”며 “AfD의 약진은 ‘우연적’이며 이는 오히려 기존 연정의 실패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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