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구·산업클러스터 운영현황·평가
87개 중 14개 사문화..‘선택과 집중’ 무색
“부처별 성과평가로 개선 필요성 검토”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중구난방식으로 운영된 특구 제도를 수술대 위에 올린다. 유사 또는 비활성화 특구에 대한 평가 등을 거쳐 특구 간 역할을 조정하거나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지역 특구 및 산업클러스터 운영현황 및 평가’ 안건을 논의했다.
특구는 산업개발·지역활성화·외자유치 등 경제발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예외적 권한과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로, 산업클러스터로도 불린다. 각종 특구 제도 난립에 따른 유사·중복 우려에 더해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기재부는 지난 3월부터 연구용역을 벌였고, 국회 예산정책처도 관련 분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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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평가 결과 11개 부처에서 운영 중인 특구는 총 87개로 파악됐다. 도입 시기별로는 2009년 이전 33개, 2010~2019년 67개, 2020년 이후 26개 등으로 2010년 무렵부터 사실상 마구잡이식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지정 당시 개별 법령에 따라 세제(37개), 재정(67개), 규제 특례(40개) 등의 지원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총 2437개 지역이 특구·산업클러스터로 지정됐으며, 이 중 82.5%(2010개)가 비수도권에 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구별 지정지역 개수를 보면 절반 이상인 50개가 1~20개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정된 지역이 아예 없거나 100개 이상 지역에 지정한 특구도 각각 18개와 4개였다.
기재부는 이런 현황을 토대로 지원 목적이나 내용이 유사한 특구가 상당수 존재해 ‘예외적 혜택 부여를 통한 선택과 집중’ 효과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역·외국인 투자 지역은 별도 특구지만 ‘외국인 투자 유치’라는 목적이 같고, 지원 대상이나 그 혜택도 유사했다. 국토교통부의 첨단과학기술단지와 산업부의 첨단 투자지구도 마찬가지였다.
정책 수요가 아예 없거나 인센티브가 부족해 사실상 사문화된 특구(14개)도 존재했다. 일반산단(783개), 농공단지(482개) 등 묶인 지역이 과도하게 많은 특구도 있었다.
경제적 효과보다는 지역 간 형평성에 중점을 두고 특구를 지정하는 등 지정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각 특구가 부처 단위로 운영되면서 종합적인 로드맵 수립이나 조율에서도 한계가 있었으며, 성과 관리 제도나 시정·지정해제 요건도 없는 등 관리 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를 바탕으로 특구 제도의 효율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하기로 했다. 부처별로 소관 특구에 대한 성과 평가를 활용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우선 검토한다. 재정이 투입되는 특구나 유사한 특구는 필요시 심층 평가를 거쳐 제도를 정비하거나 특구 간 연계를 추진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특구제도의 문제점을 펼쳐본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서 “관계 부처 협의 과정을 거쳐 특구 연계·합리화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