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구국 결단이라도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 위반”
“尹 당당하게 말하고 변명 모습 보이지 않았으면”
“홍장원·곽종근 진술 큰 틀에서 일관성, 믿을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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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5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리는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고등학교 동문으로부터 받은 문자에 자신이 한 답변이라면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고교 동문이 보낸 문자는 ‘헌법재판소에서 청구인 측 주요 증인들의 진술이 거의 가짜임이 드러나고 내란 프레임도 성립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당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도 보수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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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동묘앞거리에서 유승민 전 의원,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재형(맨 오른쪽) 전 감사원장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년 2월 17일.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OO야 반갑다”라고 시작하는 답문에서 최 전 의원은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을 감지한 많은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보수의 각성과 결집을 가져온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의회 다수당의 폭력적 의회권력 행사와 이에 맞선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전대미문의 정치적 혼란 가운데 있지만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위기관리 시스템에 따라 질서있게 극복해 낸다면 우리 정치가 안정되고 발전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대통령의 구국의 결단이라고 하더라도 군 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진입시키고,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한 것만으로도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되고 결코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법률가로서의 의견을 피력했다.
최 전 의원은 대전지방법원장, 사법연수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최 전 의원은 이어 “이러한 경우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권력자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정치력을 발휘해 나라를 이끄는 어려운 길보다 군병력을 이용한 비상조치라는 손쉬운 수단을 쓰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고 우리 정치는 1960년대로 퇴행할 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난 윤 대통령이 헌재 심판 과정에서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온 내가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것을 왜 몰랐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 길만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없다.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인 군인들은 군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사소한 단어나 지엽적인 사실로 변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최 전 의원은 “나의 오랜 법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홍장원(국정원 전 1차장)이나 곽종근(특전사령관)의 진술이 지엽적인 사실에 대해 오락가락한 부분이 있지만 큰 틀에서 일관성이 있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 병력을 진입시킨 것이 계몽령이고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주장은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수 세력까지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 다 쓰기엔 너무 길다”고 덧붙였다.
최 전 의원은 “네 생각이나 기대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데, 우리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을 중심으로 한 반(反) 대한민국 세력을 꺾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우리의 예상보다 일찍 치러질지도 모를 반 대한민국 세력과의 싸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승리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내용의 최 전 의원의 답변에 친구는 ‘고맙다’고 하면서 ‘오늘도 아내와 함께 광화문으로 나간다. 보수가 아직 궤멸되지 않았다고 소리치기 위해’라고 답신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11차이자 마지막 변론기일은 25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이날 변론의 마지막 순서로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시간제한 없는 최후 진술이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육필로 최후 진술서를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