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쌀’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株, 중국·AI 훈풍 타고 상승세

삼성전기, 이구환신정책에 12.09%↑
AI 밸류체인 확대로 매출확대 기대


오랜 불황을 겪어온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으로 정보기술(IT) 기기 판매량이 회복하며 MLCC 수요가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20일부터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구환신(以舊換新) 보조금 정책을 펼쳤다. 이구환신은 승용차, 생활가전 등 낡은 소비재를 새 제품으로 바꾸면 정부가 구매 가격 일부를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 보조금 지급 대상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도 포함돼 있다.

26일 중국 발전개혁위원회(NDR)에 따르면 중국 연휴인 춘절(1월 28일~2월 4일) 기간 휴대폰 매출은 전년 동기와 견줘 182%, 가전은 166% 급증했다. 이처럼 IT 기기 판매량이 회복세 보이자, 주 부품인 MLCC 기업들이 수혜를 봤다.

‘전자산업의 쌀’로도 불리는 MLCC는 전기를 마치 댐처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전자기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해주는 것이다.

MLCC 관련주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MLCC 전체 매출의 40%가 중국일 정도로 중국향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기는 중국의 내수 부양 정책 시행이 있던 지난 1월 20일 이후 주가가 12.09% 상승했다. 이에 KB·흥국·SK·미래에셋·삼성· 교보·현대차·신한투자·iM·키움 등 대부분 증권사가 삼성전기에 대해 일제히 매수 의견과 함께 IT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제시했다.

서승연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 주도의 이구환신 정책 또한 연초부터 수요 진작 효과가 관찰됨에 따라 MLCC는 지난 3년간의 불황을 지나 업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MLCC의 경우 비수기임에도 불구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3월 양회 등에서 추가적인 내수 진작 조치가 단행될 경우 수혜 강도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이구환신 보조금과 아이폰 점유율 하락 등으로 중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들의 스마트폰 판매량 반등 흐름이 예상되는 상황에 주목했다.

같은 기간 국내 또 다른 MLCC 관련 기업인 삼화콘덴서와 아모텍 또한 각각 3.99%, 55.72% 급등했다.

중국 정책의 수혜는 한국기업뿐 아니라 해외 MLCC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MLCC 글로벌 1위 기업인 무라타제작소 주가 또한 지난달 20일 이후 15.5% 올랐으며 대만 MLCC 업체 Yageo 역시 같은 기간 14.78% 상승했다.

MLCC 기업은 ‘AI 밸류체인 확대’로 인한 수혜도 볼 전망이다. 갤럭시S25를 시작으로 On-device AI 경쟁이 본격화되는 원년인 올해이기 때문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에 AI 기능을 탑재하기 위한 고부가 부품 채용률 증가 및 대당 부품 탑재량 증가 효과로 MLCC 수요 또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MLCC 관련 종목들은 작년 2월 AI 열풍에 힘입어 급등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는 스마트폰과 PC의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종목과 함께 크게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전 세계 시장에 AI 붐이 다시 일며 고개를 들었다. 새해 이후 관련 기업 주가들도 기대감에 일제히 반등했다. 해당 기간 삼성전기 주가는 16.07% 올랐으며 이어 일본의 무라타(6.21%)와 대만의 Yageo도 10.54%로 일제히 올랐다. 이외 삼화콘덴서(8.71%)와 아바텍 (17.31%) 그리고 아모텍(73.23%)도 오름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MLCC 기판이 최근 스마트폰을 넘어 다양한 고성능 장비에 사용되면서 시장점유율과 매출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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