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찰관 피습에…일선 경찰들 “남 일 아냐” 불안감 호소

26일 오전 3시10분께 광주 동구 금남공원 인근 골목길에서 50대 피의자가 출동한 경찰관을 흉기로 공격하고 있다. 피의자는 경찰의 쏜 권총 실탄에 맞아 숨졌다.[뉴시스]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광주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러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일선 현장을 뛰는 경찰관들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10분께 광주 동구 금남로 금남공원 인근 골목길에서 A(51)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광주 동부서 금남지구대 경찰관 B(54)경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피습 직후 동료 경찰관이 A씨에게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발사했으나 전극 침이 두꺼운 외투를 뚫지 못해 소용이 없었다. A씨가 달려들며 또 다시 흉기를 휘두르자 B경감은 권총으로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차례로 쐈다.

총상을 입은 A씨는 결국 숨졌고 흉기에 2차례 얼굴 부위를 다쳐 중상을 입은 B경감도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다. 현재까지 생명에 지장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4월19일에는 광주 남구 송하동 한 병원 앞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4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흉기를 들고 저항하는 남성을 상대로 공포탄 2발·실탄 3발, 테이저건 등을 쏜 끝에 현행범 체포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 4명 중 3명이 흉기에 얼굴과 다리 등을 크게 다쳤다.

같은달 20일에는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인근 숙박업소 앞에서 50대 남성이 출동한 경찰관 4명을 흉기로 위협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경찰관들은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고지했지만 듣지 않자 테이저건을 쏴 제압했다.

이날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특수공무집행방해 사범은 ▲2021년 7명 ▲2022년 10명 ▲2023년 12명으로 갈수록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공무집행방해로 ▲177명 ▲199명 ▲173명이 검거됐다.

이처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흉기로 위협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최일선 현장에 투입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주의 한 지구대 소속 경위는 “나도 어젯밤 근무를 섰다. 언제든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이 들어 두려워진다”며 “개인적으로 방검 장갑을 구매해 늘 주머니에 넣고 챙겨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구대 경감은 “흉기 범죄가 잇따르면서 출동할 때마다 긴장된다”며 “동료 경찰관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릴 때마다 걱정과 불안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 지구대 소속 경사는 “다친 동료 경찰도, 총상을 입고 숨진 피의자도 모두 안타까운 일이다. 최일선에 있는 경찰관 동료 모두 언제 벌어질 지 모르는 사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면서 “위급한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한 동료 경찰이 죄책감과 압박감에 시달리게 될까도 염려스럽다”고 토로했다.

한편 출동 경찰관이 위력이 강한 38구경 리볼버 권총 대신 현장에서 비교적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저위력 권총 보급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재 광주청 산하 지구대와 일선서에는 38구경 권총이 보급돼 있다. 하지만 총기 사용 규정이 까다롭고 사후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은 제한적이다. 이에 살상력을 기존 38구경 권총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저위험 권총 보급을 추진 중이지만 자체 성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도입에 차질을 빚었다.

경찰은 성능과 안정성 검증을 마친 뒤 2026년까지 2만8826정(5만594명 지역 경찰관 2인당 1정꼴 지급 기준)의 저위험 권총을 단계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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