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
“핀셋처방식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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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김해솔 기자] 국내 경제8단체(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코스닥협회)가 26일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집권여당에 전달했다.
경제8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7일 본회의 강행 처리가 예상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상장·비상장 법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들을 겨냥한 주주들의 ‘줄소송’이 예상되고,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이 거세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창법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과거 반도체, 이차전지처럼 신산업 진출 초기엔 영업적자와 주가하락이 수반된다”며 “주주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소송이 무서워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결정, 인수합병, R&D 등을 주저하게 돼 미래 먹거리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석유화학, 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은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은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며 “이 시기에 이사들이 신속한 경영판단을 못한다면 구조조정과 신산업 진출이 어려워져 기업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행동주의 펀드들에게 국내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2016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게 설비투자 예산의 75% 수준인 30조원 주주환원을 요구한 사례나 2018년 현대차에 순이익의 4배 수준인 8조원 주주환원을 요구한 사례처럼 과도한 경영 개입을 더욱 빈번하게 목격할 것”이라고 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상법 개정안이 중소기업의 중견·대기업 성장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개정은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 있어 최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지목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충실의무 대상 확대의 적용을 받는 기업을 ‘상장 기업’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부회장은 “기업의 활력이 둔화되면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해 국민경제도 함께 어려워지는 ‘코리아 밸류다운’이 초래될 것”이라며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법 개정보다는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핀셋 처방식 자본시장법 개정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업 가치 제고로 개미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 우리 당은 상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기업 역동성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누차 역설해 왔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에게 다시 한번 공개 토론을 요구한다”며 “본회의 처리 전 상법 개정안과 상속세 등에 대해 제대로 토론하고, 제대로 평가받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