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장도 ‘25% 관세’ 위기 철강기업 만나
재계와 비공개 접촉 ‘의견 수렴’…대미투자 동향 점검
반도체 보조금·관세 최소화 등 ‘위시 리스트’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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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한국 예외 요청과 양국 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방미를 앞두고 성 김 현대차 사장 등 재계 고위층과 연쇄 개별 접촉하고 민관 공동 대응 방향을 긴밀히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26일 오전 미국 방문을 위해 찾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미국이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의 수출 주력 상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산업계별로 다양한 입장이 있어 여러 채널을 통해 산업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에 있어 우리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이번에 가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정부 간에 큰 틀에서 협상하고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 이번에 (미국에서) 협의를 개시해 앞으로 협의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의 협상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양국 간 협의체 같은 것들을 구축해 앞으로 계속 협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기업들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계속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미국에) 가서 그런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 장관은 26~28일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고위 관계자 등 미국의 무역·통상 관련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방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장관급 만남이다.
안 장관은 미국 측에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 동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상 압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업계와 입장을 조율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자 고위급 경영진과의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안 장관은 지난 24일 성 김 현대차그룹 고위 경영진과 비공개로 회동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 대응 방향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대미 투자 계획과 향후 협상에 대한 업계의 희망 사항 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는 안 장관의 미국 출장에 동행하는 장성길 통상정책국장만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김 사장은 19~20일(현지시간)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사절단의 일행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바 있다. 안 장관의 미국 현지 분위기 파악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카운터 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의 취임 후 방미를 추진 중이다. 정 본부장은 방미를 앞두고 내달부터 25% 관세 부과가 예고된 철강 기업 경영진을 개별 접촉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트럼프 신정부가 4월 1일까지 자국의 무역 정책 전반에 걸친 재검토(리뷰) 후 자동차·반도체 관세 등 특정 분야 관세나 각국에 맞춤형으로 매기겠다는 상호 관세의 적용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어서 사전에 우리 측 입장을 최대한 개진해 정책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적어도 트럼프 신정부가 통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어떤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추후 대응을 위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대중 견제 전략에 호응해 2023년부터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 된 상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에 속한 현대제철이 10조원대 미국 제철소 건설 등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안 장관은 트럼프 2기도 반도체 과학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생산 보조금 등의 골간이 유지돼 한국 기업들의 안정적 투자 환경이 보장될 경우 강력한 한미 산업 동력이 유지되면서 더욱 많은 대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안 장관은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대미 에너지수입 확대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부는 미국의 에너지 외교 및 전략 비축유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처다. 라이트 장관은 석유기업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 계획을 추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한 챙기는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민관 차원 참여 관심 의향을 표명하고, 민관 차원의 미국산 가스·원유 구매 확대 방안을 제안하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가스 합작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난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나르는 프로젝트로 트럼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에 우리나라도 미국의 통상압박 대응책으로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에 더해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 참여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