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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간첩 ‘무하마드 깐수’ 정수일 [창비]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위장간첩 ‘무하마드 깐수’로 유명한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전 단국대 교수)이 별세했다. 향년 91세.
연구소 관계자는 “정 소장이 지병을 앓다가 입원 치료 중 전날 소천했다”고 25일 밝혔다. 드라마틱한 여정을 거쳐온 고인의 삶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양쪽을 넘나든 ‘경계인’이자 세계 곳곳을 탐방한 ‘세계시민’으로 불렸다. 신분을 위장한 채 북한에서 남파돼 간첩으로 활동하다 검거된 후 사형이 구형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전향해 사면·복권된 뒤 학문의 가파른 길을 올라 ‘실크로드학’을 정립해 석학으로 인정 받았다.
1934년 중국 연변에서 태어난 정 소장은 1963년 북한으로 귀화해 평양외국어대학 교수를 지내며 김일성의 통역을 맡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984년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아랍계 필리핀인으로 위장 입국해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1996년 국가안전기획부에 체포되면서 정체가 알려졌다. 2000년 광복절 특사로 복역을 마쳤고 2003년 한국 국적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