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5만달러 이상 소득자가 지출 절반 자치
저소득층 지갑 얇아지자…소매기업 부진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상위 10% 고소득자가 전체 소비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내 물가 상승이 극심해지면서 초고소득자 외에는 지출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기업도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은 호황을 이루는 반면 일반 소매 기업은 매출 부진을 겪는 등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연봉 25만달러(약 3억5767만원) 이상을 버는 상위 10% 소득자가 미국 전체 지출의 49.7%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해당 조사를 시작한 36년 이래 최고 수치라고 WSJ은 전했다. 1989년에는 상위 10% 고소득자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그쳤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경제학자는 “상위 10%의 지출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모든 사람들이 지출이 늘었지만 부유층은 특히나 돈을 많이 썼다는 것이다. 상위 10%는 4년전보다 지출을 전보다 58%나 늘린 반면에 하위 80%는 4년 전보다 지출을 25% 더 늘렸다. 물가 상승률이 21%인 것을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치라고 WSJ은 지적했다.
잔디 경제학자는 “부유층 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고, 지출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며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부유층에 의존적”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미국 경제가 부유층에 비정상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더 돈을 쓰게 된 이유는 그만큼 자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택과 주식 시장 등 자산가치 상승해 최상위층 자산이 크게 늘었다고 WSJ는 짚었다.
실제로 소득 상위 20%의 순자산은 2019년 말 이후 35조 달러(약 5경 원) 이상, 즉 45% 증가했다.
상황이 이러자 기업들 사이에서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소득층을 노리는 기업은 상품을 늘리는 반면,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은 일부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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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heraldk.com자료] |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는 1년 전 대비 해외에서 사치품에 10% 이상 더 많이 지출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데이비드 틴슬리는 “그들은 파리로 가서 고급 가방과 신발, 옷으로 가방을 가득 채운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의 경우 초호화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은 “올해 고급 여행에 대한 수요가 수익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해 1등석 좌석 판매 수익은 2%, 프리미엄 항공권 수익은 8% 상승했다”고 전했다.
크루즈 회사 로열캐러비언도 “최상위 고객에게 있는 유럽 크루즈를 상품을 내놨다”며 “최근 몇 달 동안 역대 최고 예약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빅 롯츠’는 지난 가을 파산 신청을 했다. 소매 유통기업 콜스와 할인 소매업체 패밀리 달러도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분석가 매슈 보스는 “사치품 관련 회사들과 가난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회사들 사이에는 극단적인 분열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