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크렘린궁 ‘수용 불가’ 입장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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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에 러시아가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막상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를 거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밝힌 게 있다”며 “여기에 추가할 말은 없다”고 답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러 장관급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에서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 전 취재진에게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를 거론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유지군 임무는 전쟁터에서 죽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그 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이 협정을 맺는다면 그는 더 이상의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그에게 그(평화유지군) 질문을 구체적으로 했고, 그는 그 점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페스코프 대변인은 다음날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중심으로 유럽 평화유지군 우크라이나 파병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종전협상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우크라이나에 확실한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두 정상의 주장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구상하는 평화유지군은 약 3만명 규모이며, 분쟁 지역이 아닌 비분쟁 지역에 배치해 도시, 항구, 에너지 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러시아의 재침공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이들은 종전협상 후 확실한 안전장치로서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가진 회담에서 “유럽은 안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훨씬 더 강력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유럽 평화유지군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많은 유럽 동료가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 정상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협상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러시아와 대화하자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유럽의 자체 방위능력 향상과 안전장치로서 미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유럽 정상 긴급회동 다음날인 18일 자신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평화유지군 주둔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미군 주둔은 반대했다.
그는 유럽 평화유지군에 대해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다. 나는 전적으로 찬성”이라며 “프랑스도 언급했고, 영국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유럽 관점에서 보자면 (우크라이나에 유럽의) 군대를 주둔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평화 협정이 체결된 뒤 유럽에서 미군을 모두 철수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무도 그렇게 요청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그런 요청은 실제로 제기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