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SK해운 등 엑시트 속도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카브아웃(사업부 분할 후 매각)이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투자금 회수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출자자(LP)가 투자 기간 동안의 ‘현금흐름’을 위탁운용사(GP) 성과 평가 지표로 삼자 PE 역시 통매각 이전에 부분 정리를 통해 투자금 분배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PE가 주요 포트폴리오의 소수 지분이나 자회사 등을 분리 매각해 회수한 자금은 3조원으로 집계된다. 거래가 진행 중인 한앤컴퍼니(한앤코)의 SK해운 탱커선·액화석유가스(LPG)선·벌크선 사업부 매각이 성사되면 중간 회수 금액은 5조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앤코의 경우 SK해운 이전에도 경영에 참여했던 포트폴리오의 중간회수가 다수 이뤄졌다. 작년부터 추진해 온 자동차 공조 업체 한온시스템의 지분 매각은 연초 마무리 됐다. 인수 당시 전략적투자자(SI)로 함께 했던 한국타이어그룹에 한온시스템 지분 23%를 처분하며 2대주주로 내려왔다. 전체 매각을 추진하다가 SI에 경영권 지분을 넘기며 중간 회수로 1조2159억원을 현금화한 상태다.
현재 한앤코의 한온시스템 잔여 지분은 21%다. 이 가운데 40%의 경우 한국타이어그룹에 매수를 요청할 수 있는 풋옵션을 확보하면서 추가 처분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앤코는 투자 기간이 10년을 넘어선 시멘트 업체 쌍용C&E 역시 자회사 분리 매각을 선택했다. 2년 전 쌍용레미콘을 정선골재 측에 처분해 4400억원을 현금화했다. 정선골재 측에서 꾸준히 인수 의지를 가지며 협상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C&E의 경우 2022년 한앤코가 약 2조원 규모 컨티뉴에이션펀드를 통해 LP를 교체하면서 한 차례 엑시트를 완수한 상태다.
한앤코는 포트폴리오 중 SK그룹과 공동 경영하는 부동산 개발 업체 SK디앤디도 일부 회수를 완료했다. SK디앤디에서 펼치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SK이터닉스로 인적분할했으며 지난해 SK이터닉스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처분해 중간회수에 성공했다.
한앤코 외에도 VIG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의 부분 매각 성과도 눈길을 끈다. VIG파트너스는 바이아웃 포트폴리오인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지난해 소수지분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해 약 2000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프리드라이프는 웅진에 전체 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최종 엑시트도 기대되고 있다. IMM PE는 2년 전 산업용 가스 업체 에어퍼스트의 소수지분을 블랙록에 매각하면서 투자 원금에 가까운 1조원 이상을 회수했다. 중간 회수도 PE의 핵심 성과인만큼 신규 자금 조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앤코는 4조7000억원 규모 4호 블라인드 펀드, IMM PE는 2조원 규모 5호 펀드 결성을 마무리했다. 두 곳 모두 직전 펀드 대비 증액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VIG파트너스 역시 기존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1조원 이상을 목표로 5호 블라인드 펀드 결성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현재 6호 펀드의 자금을 모집 중인 MBK파트너스 역시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매각 계획을 공표한 상태다.
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