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려진 음료캔에 담배꽁초가 들어 있다. 김광우 기자.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걸 왜 여기다 버려?”
정체 모를 비닐과 부러진 면봉, 담배꽁초에 끈적한 액체는 기본. 모두 재활용품으로 버려진 음료캔 안에서 나온 것들이다.
캔은 대표적인 재활용 소재다. 대부분 쓰레기가 수거되는 데다, 끊임없이 재사용된다. 순도 높은 알루미늄 소재로 이뤄진 음료캔은 1년에 최대 6번까지 다시 쓰인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 10개 중 3~4개 만이 캔으로 재활용된다. 나머지는 불순물이 섞인 채 자동차 부품 등으로 팔려 나간다. 이 경우 ‘저품질’로 취급받아 다시 재활용되지 않는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이물질. 캔 속에 남은 음료. 특히, 대표적인 게 버려진 담배꽁초다. 이런 캔들은 선별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사용될 수 있는 캔의 수명을 단축하는 셈이다.
![]() |
버려진 음료캔.[게티이미지뱅크] |
국제알루미늄협회(IAI)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알루미늄 캔 수거율은 9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1년 소비량 9만4000톤 중에서 약 9만톤에 달하는 양이 회수되는 셈이다.
알루미늄은 전기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재료로, 생산하는 데만 막대한 에너지가 쓰인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재료로 손꼽힌다. 이론적으로 100% 재활용되는 데다, 폐기물도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만들면 계속해서 다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 |
한 재활용 업체에서 음료캔을 분류하고 있다.[린드너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
이론뿐만 아니다. 실제 재활용률도 높다. 우리나라의 알루미늄 캔 재활용률은 81%에 달한다. 회수 또한 100%에 가깝게 되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가 쓰는 캔 10개 중 8개가 재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 똑같은 재활용이 아니다. 알루미늄 캔을 제대로 순환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새 캔’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캔투캔(Can-to-Can) 공정이라고 한다. 몇 번이고 다시 캔으로 만들어지면서, 폐기물 없이 재활용으로 인한 순환이 지속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 |
캔 재활용 공정 이후 압축된 알루미늄.[린드너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면, 60% 이상은 ‘캔’이 아닌 여타 산업적 재료로 활용된다. 이 경우 다른 금속과 혼합하거나, 탈산제로 이용하면서 알루미늄 순도가 떨어진다. 순도가 떨어진 알루미늄이 쓰임을 다할 경우, 다시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물로 버려진다.
국제알루미늄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수거율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캔투캔’ 재활용률은 37% 수준.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태국(78%)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거만 열심히 해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
버려진 음료캔에서 발견한 쓰레기들. 김광우 기자. |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주요인 중 하나는 ‘이물질’. 캔 속에 든 이물질을 제대로 분류하지 못해, 순도 높은 알루미늄으로 재활용하지 못하는 거다. 여기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는 물론, 남은 음료도 포함된다. 특히 당분이 든 음료는 끈적끈적한 형태로 남아 재활용을 방해한다.
캔투캔 재활용률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물론 한 번 헹구는 등 캔을 제대로 비우고 버려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지침은 쉽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 마포구·종로구 인근 주택가 쓰레기통 10여군데를 확인한 결과, 이물질이 들어 있는 캔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 |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진 캔과 쓰레기들. 김광우 기자. |
캔 속에서 발견된 이물질 중에서는 ‘남은 음료’가 가장 많았다. 담배꽁초가 들어 있는 음료캔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캔에서는 휴지, 비닐, 면봉 등 생활 쓰레기가 발견됐다. 일반쓰레기통에 버려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경우 여타 쓰레기가 캔 속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온전히 소비자의 잘못은 아니다. 재활용 과정에서 이물질을 걸러내고, 순도 높은 알루미늄 캔만 모으는 ‘선별’ 작업을 거치면 된다. 하지만 까다로운 선별 및 캔 보관 작업에 드는 설비·인건비 등 비용은 적지 않다. 판매 단가가 조금 낮더라도, 저품질 알루미늄 소재로 재활용해 판매하는 게 더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얘기다.
![]() |
버려진 음료캔에서 나온 음료. 김광우 기자. |
고품질의 ‘캔투캔’ 재활용을 유도하는 정책도 미비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캔 생산자들에 재활용 책임을 묻고 있지만, ‘캔투캔’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캔투캔 재활용에 대해 지원금을 더 많이 주는 등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캔 보증금제’ 도입도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판트(Pfand) 제도를 통해 캔에도 보증금을 부과하고 있다. 판매처를 통해 캔을 회수하는 것이다. 해당 제도가 도입될 경우 깨끗한 캔을 쉽게 수거할 수 있는 데다, 별다른 분류 작업 없이 알루미늄 캔만 한군데에 모을 수 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유리병에 매겨지는 보증금제처럼 캔에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면, 수거율과 재활용 캔의 품질이 좋아질 수 있다”며 “올바른 분리배출과 함께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