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000만원 제발 좀 찾아가세요” 요지경 지하철 유실물 [세상&]

15만2540건 유실물 발생
지갑이 23.7%로 가장 큰 비중


키링유실물. [서울교통공사]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한해 서울 지하철에서 5억원이 넘는 현금이 분실 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실물 중에는 지갑이 가장 많았으며, 전자기기와 의류 분실물의 비중도 커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한 해 공사에 접수된 유실물은 15만2540건으로, 직전해 14만6944건에 비해에 비해 10. 4%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하루 평균 약 418건의 유실물이 접수됐다.

지난해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접수된 유실물은 지갑이다. 3만6152건으로 전체 유실물 중 23.7%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의류(15.3%), 휴대전화(13.8%), 가방(13.2%), 귀중품(5.8%) 순으로 유실물이 많았다. 전체 유실물 중 8만6687건(56.8%)은 주인에게 인계했다. 나머지 4만2521건(27.9%)은 경찰에 이관되었고 2만3332(15.3%)건은 아직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보관 중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유실물 품목 중 부동의 1위는 지갑(23.9%)로 부동의 1위였지만 지갑을 제외한 품목별 순위는 변화 중이다. 특히 전자기기와 의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휴대폰은 2~3위를 유지하며 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며, 2020년 1만3746건으로 4위였던 의류는 2024년 2만3435건으로 상승하여 2위에 올랐다. 이처럼 유실물 품목별 비중은 해마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하철 유실물. [서울교통공사]


지난 한 해 동안 현금은 5억6950만원이 유실됐다. 4억3950만원(77.2%)을 본인에게 인계했다. 나머지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현금 1억3000만원(22.8%)은 경찰에 인계했다.

유실물이 가장 많이 접수된 역은 4호선 불암산역(7391건), 5호선 방화역(5249건), 3호선 오금역(4345건) 순이다. 이는 각 호선의 종착역으로, 차량 기지로 들어가기 전에 직원들이 열차 내 유실물을 최종적으로 확인함에 따라 많은 유실물이 접수된다.

최근 MZ세대의 ‘백꾸’(가방꾸미기) 열풍으로 인형 키링은 유실물센터에서 따로 보관해야 할 정도로 지하철에서 많이 접수되는 유실물이다. 또한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성수역 등은 팝업스토어에서 구매한 K-푸드 속 ‘아이돌 포토카드’만 가져가고, 라면 등 남은 음식이 유실물로 접수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이색적인 물건들이 접수되기도 한다. 새, 파충류와 같은 반려동물부터 금두꺼비, 방울 등이 포함된 무속용품, 마네킹 얼굴, 이발소 입간판 등 가지각색이다.

한 승객은 지하철로 이동 중 새장에서 탈출한 반려조(새)를 찾기 위해 유실물센터에 “혹시 새도 수거가 가능하냐?”는 문의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유실물센터에 파충류가 이동장에 담긴 채로 접수되어 동물센터와 연결해 본인 인도를 도운 사례도 있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하루 7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승객 유실물들을 보면, 그해 승객 행동 패턴과 사회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며, “중요한 유실물들은 반드시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충실히 하고, 의류 등 일부 물품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경과한 경우 사회복지기관들에 기부하여 나눔을 실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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