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 “상반기 채용 없거나 미정”…긴축경영에 찬바람

한경협, 매출 500대 기업 채용계획 조사
대내외 불확실성에 채용 보수적 기조 뚜렷
불황 겪는 건설·화학·식료품 “채용 없다”


13일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장충동 동국대학교 채용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채용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채용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9.8%로, 작년 상반기(17.1%)보다 2.7%포인트 늘었다.

채용 계획이 미정이라고 응답한 기업(41.3%)도 작년 상반기(37.4%)보다 3.9%포인트 증가했다.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은 대부분 채용 규모를 전년 대비 늘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59.2%, 전년보다 줄이겠다는 기업은 28.6%로 집계됐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12.2%에 그쳤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1.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를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부진’(11.8%), ‘고용경직성으로 인해 경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구조조정 어려움’(8.8%) 순으로 응답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자료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미래 인재 확보 차원’(83.3%), ‘회사가 속한 업종의 경기상황 호전’(16.7%) 등을 꼽았다.

업종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건설(75.0%) ▷석유화학·제품(73.9%) ▷금속(철강 등 66.7%) ▷식료품(63.7%) 순으로 높았다.

이 중 채용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식료품(36.4%) ▷건설(33.3%) ▷금속(철강 등 26.7%) ▷석유화학·제품(21.7%) 순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석유화학·철강·외식업 등 주요 업종이 불황을 겪으면서 관련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로 ‘수시채용 확대’(19.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17.5%) ▷조직문화 적합성 검증 강화(15.9%) ▷경력직 채용 강화(14.3%) ▷인공지능(AI) 활용 신규채용 증가(13.5%) 등의 순으로 올해 채용시장을 내다봤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 증진을 위한 정책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39.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19.8%) ▷다양한 일자리 확대를 위한 고용경직성 해소(13.5%) 등을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보호무역 확산 우려로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채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에 주력하는 한편, 통합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기업의 고용여력을 넓히는 세제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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