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종합센터·승강제 완성, 리더십 세대교체…‘4선’ 축구 대통령 정몽규 앞에 놓인 ‘왕관의 무게’

정몽규 85% 득표로 축구협회장 4연임

종합축구센터 완공에 50억원 기부 공약

디비전 승강제 완성·인재 양성 등 약속

중징계 본안 소송 등 ‘사법 리스크’ 숙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정몽규 회장이 축구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했다. 이에따라 대한민국 종합축구센터와 디비전 승강제 등 정 회장이 재임기간 씨를 뿌렸던 초대형 사업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축구인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몰표를 던지며 정 회장에 강력한 힘을 실어준 만큼, 그가 짊어진 ‘왕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정몽규 회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총 유효투표(182표) 가운데 156표를 얻으며 85.7%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허정무 후보(15표)와 신문선 후보(11표)를 압도적 표차로 제쳤다. 무효표 1표.

이로써 2013년 1월 축구협회장으로 첫 당선된 이래 3차례 연임한 정 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하면서 오는 2029년까지 4년 더 축구협회를 이끌게 됐다. 임기를 다 채운다면 역대 최장 16년간 축구협회를 이끈 사촌지간 정몽준(1993~2009년) 전 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증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4선 축구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19일 축구협회장 4선 도전을 공식선언하면서 “누구보다 큰 책임감으로,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결자해지는 정 회장 재임기간 시작한 대한민국 종합축구센터 완공과 디비전 승강제 완성을 의미한다.

출마 선언 당시 정 회장은 천안에 지어지는 축구종합센터 관련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는 “축구종합센터는 유소년부터 성인 국가대표까지 각급 경기부터 전국 대회, 리그까지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자 축구 산업 전반의 확장 인프라”라고 강조하며 “협회장에 당선된다면 차질없이 모든 건설을 마무리하겠다. 센터 법인화, 수익화, 자립화의 3단계 완성을 통해 스포츠 산업을 키우고 축구인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지난달 7일 축구종합센터의 성공적 완성을 위해 50억원 기부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그는 “축구인들의 지지에 화답하고,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에 조성 중인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에는 47만8000㎡의 면적 위에 천연·인조 잔디구장 11면과 미니 스타디움, 실내 축구장, 축구역사박물관, 생활체육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2026년부터 K리그2와 K3리그의 승강제 실시를 시작으로 디비전별 승강제를 완성해 축구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완수해야 한다.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 정 회장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합의해 2026년부터 K리그2와 K3 사이에 승강제가 시행된다. 남은 기간 동안 구체적인 준비를 통해 차질 없이 승강제가 진행되도록 하겠다. 또 1부에서 4부까지 팀을 순차적으로 늘려 축구인들의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 집행부 인적 쇄신 및 선거인단 확대 통한 지배구조 혁신 ▷ 남녀 대표팀 FIFA 랭킹 10위권 진입 ▷ K리그 운영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 시도협회 지역 축구대회 활성화 및 공동 마케팅 통한 수익 증대 ▷ 국제심판 양성 및 심판 수당 현실화 ▷ 우수선수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 진출 센터 설치 및 트라이아웃 개최 ▷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프로·아마추어 통합 FA컵 개최 ▷ 유소년·동호인 축구 저변확대 및 지도자 전문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대한축구협회장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정 회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더는 축구협회 회장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한국 축구 행정을 이끌 새로운 리더를 발굴해야 하는 책임도 뒤따른다.

그는 출마 선언 당시 “이번에 당선된다면 마지막 임기동안 다음 협회장을 할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등 여러 스타들이 협회에서 같이 회의하고 고민해온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 많은 축구인들이 행정을 이해하고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축구협회장 당선 후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듣고 축구팬들의 오해를 풀겠다고 다짐한 정 회장은 개인적으로 사법 리스크를 풀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정 회장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징계 요구에 대한 본안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협회 업무 총괄로서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뿐 아니라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문체부는 또 정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의 HDC현대산업개발과 축구협회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사도 벌이고 있다.

정 회장은 당선증을 받은 뒤 정부와의 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어떻게 할지 그 방향에 대해 다시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문체부는 중징계 요구 처분에 관한 항고심 결정이 나오면 적절한 후속 조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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