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집권 2기 첫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3월 4일?” “4월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해 헷갈리는 발언을 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당초 3월 4일 시행 예정이었던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부과일을 4월 2일이라고 언급했지만, 이후 백악관은 “현시점에는 3월4일 시행 일정 유효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 대신 상대국들과의 협상 지렛대로만 사용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멕시코 관세 한달 추가 유예? 오락가락 발언 논란=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한 첫 각료회의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의 불법 월경 감소가 이들 국가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계속할 정도로 충분하냐’라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관세 부과 시점을 “4월 2일”로 언급했다.

그는 이후 취재진이 ‘30일간 부과를 유예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언제부터 시행되는지 명확하게 해달라’고 재차 질문하자 “4월 2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모든 것에”라고 답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4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는 두 나라가 불법이민과 마약 단속 등을 위한 국경 안보 강화에 협력하기로 함에 따라 1개월 유예됐는데, 거기서 약 1개월 더 미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각료 회의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30일간의 유예기간에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만약 그들이 성공한다면 대통령이 (추가) 유예를 줄 것이고 아니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3월 4일부터 부과될 수 있는 것처럼 시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해당 관세에 대해 “예정대로 제때 진행될 것”이라면서 3월 4일부터 시행될 것이란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4월 2일 부과 발언과 관련해 “현재 그 일정은 유효하다. 대통령은 여전히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현시점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3월 4일에 그대로 발효될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EU·멕시코·캐나다 관세 혼란…불확실성 가중=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월 2일은 이른바 상호 관세 부과가 예정된 시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응해 상호 관세를 부과키로 했으며 상무부가 4월 1일까지 관련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의 관세가 상호 관세에 추가되는 것인지를 두고도 모순적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한 언급으로 유로화를 비롯한 페소화, 캐나다 달러 등이 요동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을 겪었다. 페소화는 달러 대비 0.9%까지 강세를 보인 반면, 유로화는 이날 0.2% 하락한 1.049달러에 거래돼 소폭 하락했다.

폴리티코는“백악관의 발표는 금융 시장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가파른 물가 인상을 억제할 방법을 모색하면서도 외국 자본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의 자동차를 포함한 유럽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관세를 막기 위해 미국으로 몰려드는 여러 외국 관리들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는 2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멕시코의 고위 외교 및 안보 관리들도 이번 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난다.

▶스텔란티스 회장 “북미 무관세 유지해야”=한편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부과가 임박하자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의 존 엘칸 회장은 북미지역의 자동차 무관세 체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푸조·피아트·지프·크라이슬러 등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대로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업체로 꼽힌다.

앞서 이달 초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아시아와 유럽에서 차량을 보다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는 경쟁업체에는 “횡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엘칸 회장은 이날 애널리스트들과의 대화에서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일자리와 제조업 기회 및 투자를 실제로 늘리려면 미국산 부품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연간 400만대씩 들어오는 구멍을 막아야 한다”면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산 부품 요건을 충족하므로) 무관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산 차량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원산지 규정에 따라 부품 요건을 충족해 무관세 혜택을 받으므로 이를 규제하지 말고 아시아나 유럽산 자동차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