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네트워크 확장…회사서 자격증 지원도”
“업무 생산성 확대…회사 측 전략적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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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다 HP프린팅코리아 토너랩 매니저 [HP프린팅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회사가 여성 엔지니어를 폭넓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제 세계가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실험실의 짙은 화학품 냄새, 수많은 숫자 데이터, 공장에서 들리는 쇳소리. 20년 차 화학 엔지니어인 신요다 HP프린팅코리아 토너 랩 매니저가 겪은 ‘일의 세계’란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5년 전, 회사가 신 매니저에게 ‘여성 과학 인재 지원’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면서 그의 세계는 달라졌다.
신 매니저는 “엔지니어로서 혼자서 일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지치기 시작했다”며 “그때 회사 차원에서 여성 엔지니어와 소통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HP프린팅코리아 토너 랩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요다 매니저를 지난 21일 만났다. 토너 랩은 HP프린팅코리아 프린터의 핵심 소재인 토너를 개발하는 조직이다. 신 매니저는 지난 20년간 레이저 프린터용 중합 토너 설계와 개발을 맡아 다양한 토너 제품을 제작한 화학 엔지니어다. 그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 21년부터는 토너 랩의 시니어 매니저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신 매니저가 여성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일을 도맡게 된 것은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지난 2017년 HP코리아가 삼성전자의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인수, HP프린팅코리아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내부 직원은 여러 변화를 맞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HP코리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조직 문화인 ‘다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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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다 HP프린팅코리아 토너랩 매니저 [HP프린팅코리아 제공] |
특히 신 매니저에게는 여성 엔지니어와 깊이 소통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각종 여성 엔지니어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물론, 지난해부터는 회사 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카운슬링 리더로서 활동하게 됐다“며 “여성 엔지니어와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코칭 자격증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고 했다.
현재 HP프린팅코리아는 여성 과학 인재 육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 직원의 연대를 위한 사내 네트워크 ‘WBRG’ ▷잠재력 있는 여성 인재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HPPK 원더우먼 프로그램’ ▷4만명 이상의 전 세계 여성 엔지니어로 구성된 여성 사회단체 ‘SWE’ 참여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의 협업 등이다.
이 과정에서 신 매니저의 저변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저 엔지니어였을 때는 약 50명 정도의 여성 엔지니어를 알았는데, 각종 활동을 하면서 1년을 보내고 나니 200명을 알게 됐다”며 “이제는 대략 500명 정도는 알고 지낸다”고 했다.
아울러 신 매니저는 이 같은 네트워킹으로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일에만 집중하면 놓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는데, 회사 내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든든한 업무 지지자가 주변에 있다고 느낀다”며 “내가 모든 걸 잘 하지 않아도, 나의 단점을 다른 팀원이 채워주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단 걸 깨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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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다 HP프린팅코리아 토너랩 매니저 [HP프린팅코리아 제공] |
실제 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HP프린팅코리아의 여성 인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HP프린팅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사내 여성 인력은 약 12%로, 이중 매니저는 약 8%에 해당한다. 삼성전자에서 HP코리아로 인수될 당시 여성 매니저가 0%, 간부급 여성 인력 역시 1%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HP프린팅코리아의 다양성 지원은 여성 엔지니어의 ‘커리어 하이’만을 위한 것일까. 신 매니저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여성 엔지니어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전략적 투자”라며 “끈끈한 연대가 생기면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과 발표 때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발표하는 걸 보면서, 회사가 투자한 것들이 그대로 이윤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고 했다.
한편, HP는 글로벌 차원에서 여성 임직원의 비율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지목한 바 있다. 2023년도 HP 지속 가능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HP는 2030년까지 여성 이사회의 비율을 50%, 기술·엔지니어링 분야의 여성 인력 비율을 2030년까지 30%까지 늘리겠다는 글로벌 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