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메이드 IT 차이나’…기술 퀀텀점프에 세계는 경악 [대륙의 대기(技)만성①]

‘신질생산력’ 제창하며 혁신산업 육성
첨단설비 투자로 전방위 물량공세 전망
단순 기술 경쟁 어려워…“차별화 필요”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메이드 인 차이나’가 바뀌고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란 뜻의 이 말은 그동안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란 뜻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중국은 품질 향상을 위해 대단위 투자를 단행, 저부가 가치 상품을 값싸고 높은 퀄러티로 생산하기 시작한 데 이어 주력 산업군도 빠르게 고부가 가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점차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중국에 밀리는 건 시간 문제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양국 정부의 지원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패권 경쟁에 따라 기술독립이 불가피해지면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는 곧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상을 달라지게 만들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며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촉발된 ‘차이나 쇼크’가 이제는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양자역학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신질생산력’ 앞세운 기술 굴기



최근 중국 산업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2023년 처음 언급한 이후, 지난해 정부공작보고에서는 최우선 국정과제로 강조됐다. 신질생산력은 첨단기술·고효율·고품질을 의미하며, 중국이 기존의 단순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겠단 전략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전통산업의 고급화·지능화·녹색화 ▷전기차·배터리 등 신산업 경쟁력 강화 ▷AI·바이오·양자기술 등 미래 산업 집중 육성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아울러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중국발 물량 공세’가 거세질 태세다. 중국은 범용제품 생산을 넘어,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산업에서도 대규모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첨단산업 분야 투자는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2019년 말 대비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생산은 630% 증가, 태양광 셀 생산은 330% 증가, 리튬배터리는 60% 증가했다. 또한 기존 자동차 및 철강 생산도 각각 17%, 12%씩 증가해, 과잉생산 문제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독자적 과학기술 역량을 빠르게 갖춰가며, 핵심 중간재의 국산화율도 높이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중간재 국산화율은 92.9%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한국이 대(對) 중국 흑자를 주도하던 전자·화학은 부진에 빠지고, 반도체를 제외한 중간재 수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등 첨단제품의 과잉생산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내달 양회서 ‘포스트 딥시크’ 지원책 발표가능성


문제는 중국이 경쟁자를 제친 이후, 해당품목을 ‘무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전기차·태양광 셀·리튬배터리 등 3대 신산업에서 세계 생산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년 안에는 레거시(구형) 반도체 점유율도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 기술 경쟁으로는 중국을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차별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이미 주요 분야에서 한국을 앞질러가고 있으며 이제는 미국과 경쟁 중”이라며 “절대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지만, 기존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차별화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4일 개막하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에서는 첨단산업 육성 방안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딥시크(Deep Seek) 열풍’을 뒷받침할 과학기술 투자 정책이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이미 성장세 둔화와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혁신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신성장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4년 8%였던 신성장산업 비중은 2022년 13%로 늘었고, 올해는 목표치인 17%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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