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끝
캘거리 헤리티지파크에서 즐기는 시간여행
로키의 ‘최고 절경’,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로
컬럼비아 빙원, 사스카추완 빙하의 신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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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의 관문 캘거리를 거쳐 탐방하는 캐나다 알버타주 밴프국립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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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헤리티지 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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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 촬영중 밴프에서 부상을 입은 마릴린먼로가 완치될 무렵 짐짓 골프스윙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캘거리)=함영훈 기자]캘거리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이 끝난 그해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 서부 알버타주의 중심도시이다. 로키의 관문으로, 밴프-자스퍼 국립공원의 빙하에서 흘러나온 청정옥수가 도시를 가로지르고, 시민들은 로키의 물을 담은 도심 저수지를 상수원으로 삼는다.
캘거리는 카우보이 등 전통과 스테판 애비뉴 등 현대의 조화 속에 다양한 문화예술, 미식 문화를 꽃피운다.
캘거리의 대표적인 명소는 ‘기골 장대한 돌쇠’ 이미지의 선주민과 ‘총 든 서부의 사나이’로 대표되는 이주민의 문화를 복원한 헤리티지 파크, 7월 스템피드 카우보이 축제의 거점이자 상설전시장인 샘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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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파크에 있는 선주민의 티피 텐트 |
헤리티지파크에 들어서면, 황야의 두 건맨이 앞마당에서 권총 빨리 쏘기 대결을 벌일 것 같은 여관겸 술집 건물도 보이고, 선주민이 쓰던 막사 또는 티피 텐트도 설치해 두었다. 주말엔 150년전 시간여행을 떠나는 공연도 펼쳐진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 인사를 하고, 이 파크에 대한 한글설명서도 만든 샌디웨일드 씨가 반갑게 한국인 탐방객들에게 말을 걸고, 트레이시 도슨트는 빅토리아 시대 복장과 어투로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목재 장사로 큰돈을 번 다음 앤 여왕의 궁전처럼 지은 피터프린스의 집, 망치질 소리 여전한 대장간, 브래드피트가 영화 속에 수염을 깎은 이발소, 옛 증기기관차 기차역, 옛 마차역, 주홍빛 번즈 가축장의 헛간등이 남아있다. 180개 이상의 건물과 전시품을 탐험하면서 빅토리아시대 귀부인, 100년전 교실과 선생님 등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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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스탬피드축제 카우보이의 질주 |
헤리티지 파크에서 북쪽으로 3-4㎞만 가면, 사계절 카우보이 문화 상설 전시장인 샘센터가 있다. 스탬피드(동물들이 떼지어 달려오는 모습) 카우보이 축제의 112년 역사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몰입형 예술, 당시의 유물전시 등을 통해 펼쳐진다.
방목관리자 카우보이들은 고단했지만, 소를 길러 북미 전역에 공급하면서 돈을 벌고, 캐나다 국민의 몸을 튼튼히 했으며, 번 돈으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번영의 마중물을 부었다. ‘Better Each Day(일신 우일신)’ 샘센터 슬로건은 카우보이와 초기 캐나다 발전과정이 궤를 같이 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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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민 프린세스의 전통공연 |
이곳에선 선주민 프린세스가 이끄는 공연팀의 전통공연도 보여준다. 2024년 알버타주 두명의 공주 중 선주민 대표 마가레트는 북을 치는 고수 베네사와 함께, 어딘가 동양미가 느껴지는 아메리카 선주민의 전통춤을 신명나게 추었다. 한국인 탐방객에게 한국어 인사를 한 뒤, 일일이 친필 싸인을 해주었다.
세계최고 반열에 올라있는 캘거리 와일더 인스티튜트 캘거리동물원은 동물을 사랑하는 인간과 오갈곳 없던 동물들이 공생하는 곳이다. 캐나다 마니토바 주 처칠의 북극곰 중 엄마에게 버려진 시쿠(Siku 수컷)가 이곳에 있다.
동물원인데 캐나다 전통음식 레스토랑이 있고, 컨퍼런스, 결혼식 등도 열린다. 예식 때엔 터줏대감인 동물들이 또 하나의 하객들이다. 무스콕 소가 공격 본능때문에 스스로 다칠까봐 공격대상 고무물체를 설치해준 배려도 인상적이다.
1968년에 개장한 캘거리타워는 서울 올림픽 폐막 후 6개월만에 열린 1988년 동계 올림픽 기간 동안 타워 꼭대기에서 불꽃을 뿜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올림픽 성화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191m 높이를 62초만에 올라간다.
캘거리시립도서관은 미술관인지 책 읽는 곳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멋지게 지어놓았다. 건물 천장 한가운데를 타원형 스크류 아트로 뚫어 빛이 스며들도록 설계했으며, 벽 곳곳에 작품들을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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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푸드투어. 가운데 박정원 셰프, 오른쪽 카렌 앤더슨 CEO |
캘거리와 캔모어에선, 한식을 사랑한다고 고백한 캐런 앤더슨 ‘알버타 푸드투어’ CEO가 미식여행을 안내한다.
독일 미식 ‘슈니첼하우스’, 덴마크 출신 업라이징 베이커리, 초콜릿 가게, 마을공동체 의견수렴의 장이었던 ‘커뮤니Tae’식당 겸 카페, 미식-맥주와 함께 레포츠를 즐기는 실내 캔골프(이상 캔모어), ‘호손 다이닝 룸 & 바’의 네가지 식음료 페어링, 한국인 박정원 셰프가 일하는 ‘쿠치나’의 다양한 샐러드, ‘안나벨의 주방’의 소고기 로스 등 캐나다식 정찬, ‘차컷’의 디저트(이상 캘거리) 등 미식의 세계로 안내하는데, 배가 부르니 도심 도보여행을 더 하게 된다.
이 푸드투어는 세계음식여행협회(WFTA)로부터 ‘방문객에게 요리 문화를 알리는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늦가을~이른봄 쌀쌀한 날씨에도 따뜻하게 캘거리 도심 여행을 할수 있는 이유는 모든 빌딩의 2층을 연결한 스카이워크 때문이다. 북위 50도이지만, 사계절 관광지로 손색없음을 보여주는 과감한 도시설계이다.
캘거리에는 이밖에 ▷빌딩 강풍을 둔화시키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설치미술 거리이자 푸드투어 아케이드인 스테판 애비뉴 ▷한식을 포함해 오대양 육대주 모든 음식을 맛보는 파머스 마켓 ▷카페, 펍, 레스토랑이 밀집된 핫플레이스 17번가 ▷국립음악센터 스튜디오벨 ▷캘거리 현대미술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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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타주 로키의 최고절경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중 페이토호수 |
이제, 캘거리를 관문으로 하는 로키로 진입한다. 로키산맥 중 가장 아름답고 신비한 곳은 밴프-재스퍼 국립공원을 연결하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와 사스카추완 빙하이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대표하는 ‘페이토 호수(Peyto Lake)’는 버스에서 내려 15~20분만 걸으면, 해발 2000m 전망대에 올라, 실경 걸작 회화를 굽어볼 수 있다.
빙하와 멀지 않은 지점에 형성된 산정 호수가 길게 펼쳐져 있고, 패터슨, 칼드론, 미스타야, 페이토산 등 로키산맥 고봉들이 도열해 호수 속에 비친 자신들의 얼굴을 본다. 호수의 끝지점은 곰 발바닥을 닮았다. 전망대 입구에 설치된 1902년의 이곳 사진을 보면, 당시만 해도 거대 빙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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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루이스 |
빙원(氷原)은 깡깡하고 거대한 산정 얼음벌판이고, 빙하는 빙원에서 삐져나와 경사진 곳에 굳은 물감처럼 걸쳐져 있는데, 사실 빙하 밑에서는 얼음이 녹으면서 산악과 얼음덩어리 간 충돌이 계속 진행되고 이미 호수가 된 곳도 있다. 빅토리아여왕의 넷째달 이름을 딴 레이크루이스도 원래 빙하였다.
빅토리아 빙원은 서울의 절반크기로 거대하고, 여기서 삐져나온 사스카추완 빙하는 파커리지 언덕에서 보면 푸르스름한 색감을 띠면서 신비스러운 자태를 연출한다. 파커리지는 선주민 공동체에서 죄인들을 귀양보내던 곳이라고 한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아이스 워크 투어’에 참가하면 ‘아사바스카 빙하’로 가는 차량을 타고 가 광활하고도 원시적인 빙하 위를 걸어볼 수 있다.
파커리지와 밴프다운타운 사이, 국도 옆에 있는 보우호수는 에메랄드 물색-옅은 푸른빛의 빙하평원-로키산악의 파노라마를 손쉽게 볼수 있는 곳이다. 자전거를 빌려 보우호수에서 현지인 처럼 호변을 유유자적 하이킹하는 여행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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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의 할미꽃이 초가을에 지면 꽃줄기 털이 솜사탕 처럼 뭉쳤다가 말라, 바람에 흩날려 나무에 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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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여행 개척자 장영복 신발끈여행사 대표가 비하이브트레일 산행중 마른 캐나다 할미꽃 털을 수염처럼 붙여보는 놀이를 하고 있다. |
레이크루이스에서 출발하는 비하이브 트레킹은 해발 2134m에 있는 아그네스 호수옆 ‘티하우스’ 휴게소에서 험준한 빅비하이브 도전을 계속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가을 산행땐 마른 할미꽃 털이 나무 곳곳에 걸려 있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수염처럼 붙이는 놀이를 하며 피로감을 잊는다.
130년전 유럽 슈퍼리치들의 로키 여행 거점이었던 밴프 스프링스 문화유산 호텔에는 배우 마릴린 먼로가 깁스한 채 골프 스윙을 시도했던 에피소드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쳐난다.
밴프국립공원은 세계 국립공원의 교과서 같은 곳이다. 로드킬 방지를 위한 펜스, 동물이동 육교, 보호활동을 위한 카메라 설치 등을 세계 각국이 따라배웠다. 자연은 지키는 자들이 더 오래 향유한다.